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朔州龜城)은 산(山)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김소월(1903~1934)‘삭주 구성(朔州龜城)’(<개벽> 40호,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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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주 구성’은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 가다가 비에 걸려 오”는 곳이요, “산 넘어 / 먼 육천 리”인 곳으로, 꿈속에서도 쉽게 갈 수 없는 ‘불귀지지(不歸之地)’의 장소이다. 즉 ‘삭주 구성’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체념의 장소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 곳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곳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님을 둔 곳이길래” 그 곳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산”을 넘기만 하면 곧바로 ‘삭주 구성’에 도달할 수 있기에 또한 극복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나마 ‘산’을 넘고 있는 것이다. 화자가 존재하는 이 곳은 고달픈 생활의 연속인 현실의 공간이요, 임이 없는 부재의 공간임에 비해, 화자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삭주 구성’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임이 계신 곳이자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동경(憧憬)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8일은 5.18민주화운동 스물여섯 돌이었다. 전남 광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인들로 붐볐다고 한다. 그 속내야 어떻든, 이제 우리 조국은 지역주의와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여 안식과 평화의 땅이 되었으면 한다./ 신배섭■시인
김숙자 기자 icks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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