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인터뷰│ 캄보디아 한국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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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3.06.07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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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나(스렝팔라)씨의 한국 이야기

임신중 고향음식 생각에 눈물… “삼겹살 최고”인 한국주부

 

“난생 처음 하얀 눈을 보고, 저를 환영해 주는 것 같아서 신나고 기뻤어요.” 2007년 11월 한국에 도착한 날을 서이나 씨는 잊지 못한다. 열대 기후의 캄보디아에서는 눈을 볼 기회가 없던 그녀는 늘 눈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한국에 오던 날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Phnom Penh)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따께오(Ta Keo) 출신인 이나 씨는 7남매 중에서 6째로 위로 오빠 1명과 언니들, 그리고 밑으로 여동생이 1명 있다. 형제, 자매들과 함께 북적이며 살다가, 한국에 와서 낯선 환경과 언어를 몰라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해외 거주하는 자국민의 신변 보호에 주의를 기울이는 캄보디아는 한국 배우자의 경제력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국민과의 결혼을 쉽게 허가해 주지 않아서, 베트남, 필리핀에 비해서 결혼 이주자가 적다. 현재 이천에는 캄보디아 다문화가족이 14가족 정도이며, 이나씨는 새로운 이주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터주 대감 대접을 받는다.

한국 생활 초기에는 집으로 방문하는 한국어 교사 서비스를 받다가, 1년 이후 캄보디아 친구들을 통해서 (사)다사랑(다사랑다문화센터)과 이천시다문화센터의 한국어 수업을 알게 되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 5년간 꾸준히 한국어를 배우다가 작년부터 하이닉스 물류센터에 취직하여 근무 중이고 특별히 언어적인 어려움은 느끼지 않는다.

현재는 아들 둘(6세, 4세)를 키우고 있으며,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봐 주고 계신다. 육아와 관련해서,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상담, 병원에 갔을 때 구체적인 증상과 병명 등에 대해 의사와 이야기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 소통이 어려울 때는 일단 메모를 하거나 문자로 받아서 집에 돌아와 남편의 도움으로 해석한다. 캄보디아의 아이들은 집 바깥에서 자유스럽게 뛰어놀 공간이 많은데, 한국은 놀이터와 같이 특정된 공간이 아니면 아이들이 맘껏 놀 공간이 부족해서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한 달에 한 번씩, 인근의 캄보디아 친구들이 모여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자조모임을 갖는다. 이천에는 캄보디아 음식점이 없어서, 모임 때 고향의 음식을 해 먹기도 한다. 고향의 음식이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았을 때는 첫 아이를 임신 했을 무렵. 캄보디아의 망고와 젓갈이 너무 그리웠다. 캄보디아에서는 해산을 하면 돼지족발로 뽀오얀 국물을 내어 먹는데, ‘커’라 불리는 이 음식을 먹으면 모유가 많이 생성된다. 또 거의 부화할 때 즈음의 오리알이나 거위알을 삶아서 장에 찍어먹는 ‘뽕찌꼰’을 많이 먹은 산모는 까맣고 머리숱이 많은 아이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캄보디아 음식을 구하기도 힘들고, 어렵게 구해도 음식의 모양이나 색깔 때문에 주위에서 먹지 못하게 했다. 요즘은 집에서 거의 한국식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특히 한국 음식 중 삼겹살이 제일 좋다. 결혼 후에 아주버님이 살림과 요리, 육아를 많이 도와주시고 가르쳐 주셔서 많이 배웠다. 지금은 장가를 가셔서 가족을 이루고 살고 계시지만, 한국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신 고마움을 두고두고 갚아 드리고 싶다.

한국에서 한 해, 두 해 시간을 보내면서, 캄보디아 선녀와 한국 선남을 맺어주는 마담뚜가 되었다. 벌써 네 쌍의 부부들이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잘 살고 있다. 친 여동생도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타국생활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가족의 행사로 5-6차례 캄보디아를 다녀왔지만, 아직 부모님께 한국을 구경시켜 드린 적이 없다. 앞으로 기회를 만들어서 꼭 부모님을 모셔서 여행을 하고 싶다.

아이들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캄보디아어는 거의 못한다. 집안의 어른들이 아이들이 어릴 때 여러 언어를 함께 접하면 혼돈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가르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외할머니, 할아버지와 소통을 못 할 것을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다.

앞으로 한국으로 시집오는 캄보디아 새댁들에게 그리고 한국 남편들에게 서이나 씨는 “남편을 이해하고, 남편들도 먼 곳에서 온 부인들을 더욱 사랑으로 감싸 주었으면 좋겠다.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싸우고, 심지어는 도망을 가는 경우도 있는데, 문화가 같아도 싸움은 생긴다. 서로 조금씩 참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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