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벨몬트에 사는 포샤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청혼자들에게 금․은․납의 세 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기의 초상이 들어 있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포샤의 아버지가 물질과 명예보다 진실로 딸을 사랑해줄 남자를 고르기 위해 만든 방법이다. 부잣집 아들들은 금상자와 은상자를 골라서 탈락하지만, 안토니오의 도움으로 포샤를 찾아간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청혼에 성공을 한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배가 제때 돌아오지 않아 샤일록에게 써준 계약증서에 따라 살점을 떼어 줘야 할 처지가 된다. 샤일록은 자신의 딸이 종교가 다른 남자와 사랑을 위해 개종까지 하고 몰래 집을 나간 것과 안토니오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약증서대로 법을 집행해서 복수를 하려고 한다. 안토니오는 꼼짝없이 살을 떼어주고 죽을 입장에 처한다.
이때 남장을 한 포샤가 재판관이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샤일록에게 계약서에는 살만 준다고 했으니까 살점을 뗄 때 피를 흘리면 벌을 줄 것이라고 판결을 한다. 아울러 포샤는 샤일록이 기독교인을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으므로 법에 의해 재산을 몰수한다고 판결을 내린다. 그때서야 샤일록이 용서를 빌자 안토니오의 처분에 따르라고 한다.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재산의 반이라도 지키려면 기독교로 개종을 하고, 이미 개종하고 딸에게 재산의 반을 주라고 판결을 내린다. 이후에 안토니오의 배가 돌아오고, 샤일록의 딸도 결혼을 해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포샤의 명판결이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을 맺게 해준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세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던 영국이 세계의 해상을 제패하던 시기에 국력을 신장시키는데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했다. 오죽하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로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이 그 존재가치를 높이 평가했겠는가? 세익스피어가 남긴 작품이 워낙 방대하고, 그 영향도 워낙 커서 일부에서는 그의 작품들 중에 일부는 다른 작가가 썼을지도 모른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하지만 진위여부를 떠나 설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독서는 단순히 지식습득을 위한 수준에 멈춰서는 안 된다. 물론 사실적인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서 독서 후에 줄거리 요약을 통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점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춘다면 독서의 효율성은 반감될 수가 있다. <한 권을 읽어도 백 권을 읽은 것처럼> 지혜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현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논술과 면접 문제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베니스의 상인>은 논술과 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세계화 시대에 맞춰 출제되는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해서 적절한 독서지도가 필요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작품 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웬만한 독자라면 쉽게 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처럼 끈끈한 우정이 필요하고, 금·은·동 상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에는 물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포샤의 명판결을 통해 삶 속에서 왜 지혜가 필요한지 아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누구나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부분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칼보다 강한 펜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지 그 외적인 문제를 다뤄보는 독서지도법을 제시해 본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