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여는 독서논술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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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2.04.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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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은 집단의 이성을 깨우는 등불이다

▲ 이인환(논설위원, 독서논술지도사)
인간이 동물보다 나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을 축적해 가며 그것을 생활의 지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낚시터에서 물고기가 자신의 동료들이 많이 잡혀 올라갔던 곳에서 연신 잡혀 오는 것을 보면 인간이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물고기들은 왜 자신의 엄마나 아버지, 또는 수많은 동료들이 끝없이 잡혀 올라가는 똑같은 미끼를 연신 물어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도 아득한 옛날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산과 들에 펼쳐져 있는 독버섯과 독초를 먹는 바람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때마다 먹어서는 안 될 독버섯과 독초를 구분하는 지혜를 자식이나 동료들에게 전해 주었고, 그것이 글과 책으로 기록되면서 오늘 날에는 굳이 먹어 보지 않고도 쉽게 독버섯과 독초를 구분하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물고기처럼 대를 이어서 미끼를 물어가며 죽음을 자초하는 잘못에서 벗어나, 앞서 간 사람들이 경험을 토대로 기록해 놓은 책을 접해 봄으로써 똑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 부분에서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장발장, 자베르 형사, 미리엘 신부의 행동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 본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장발장과 자베르 형사, 그리고 미리엘 신부와 같은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 미제라블>를 통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때 프로 스포츠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승부조작 사건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축구, 야구, 배구 등 사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프로 선수들이 당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며 일부러 져주는 승부조작을 벌인 사건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니까 스포츠 선수들의 인성문제까지 들먹이며 강력한 처벌을 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에 휩쓸려 각 스포츠협회에서 신속하게 승부조작의 주동자들을 영구제명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던 사건이다.

그때 <레 미제라블>을 통해서 장발장과 자베르 형사, 미리엘 신부의 행동을 통해서 엄격한 법의 집행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사람들은 각 협회에서 영구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둘 때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에 밀려 차마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이지 영구제명이 불러올 부작용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바로 이 불길한 예측을 증명이라도 하듯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 속에서 오로지 축구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한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겨우 스물 네 살인 청년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잠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들켜서 영구제명을 당하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 청년의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레 미제라블>을 조금이라도 활용했다면 영구제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 영구제명만이 최선인양 여론으로 몰아갔던 집단이성의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영구제명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으로 어쩌면 제2의 장발장일 수 있는 젊은이들의 앞길을 무참히 짓밟아 놓은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요즘 학교 폭력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가해 학생들에 대해 엄격한 처벌방안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이다. <레 미제라블>을 통해 집단이성을 깨우지 못한다면, 낚시터의 물고기가 계속 같은 미끼를 물어 끌려 나오듯이 우리도 집단이성을 상실한 여론에 밀려 계속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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