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와 인생 종점
삶의 무게와 인생 종점
  • 임정후 기자
  • 승인 2010.11.22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명옥
고려화랑 대표. 법사





사람이 살아가면서 태어나고 죽는 일 만큼이나 큰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살아야 잘 죽는가? 하는 것이 화두일텐데 얼떨결에 세상에 태어났다가 떠날 때는 저세상 어느 곳에 태어나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아가면 안 된다. 도인은 자신이 죽는 날과 시간까지 알고가지만 일반인도 도를 닦고 진실 되고 착하게 잘살면 이 세상 옷 벗는 날과 태어나는 곳을 알 수 있고 사후 화장을 하면 사리(정신적 결정체)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필자에게 구십의 노모가 계신데 작년 여름에 임종준비까지 했는데 회생하시더니 지난 여름에 역류성 식도염으로 시작된 노환으로 고생을 하시다 요즘은 손수 수저를 드시고 방에서나마 기동을 간신히 하신다. 가끔씩 입버릇처럼 내가 어서 빨리 죽어야 할텐데!하신다 그때마다 딸 입장에서 해드릴 수 있는 위안의 말이 좋은 곳에 이사가시는 일인데 그리 쉽게 떠나시면 안 된다고 하면 남을 위해 나쁜 일은 하지 않고 살았지만 크게 좋은 일 한 것이 없어서… 하시고 아쉬워 하신다. 어머니께서는 평생에 배고픈 사람에게 밥상을 많이 차려내셨다. 그리고 어려운 입장에 있는 이웃에게도 도움을 많이 주셨다. 아버지 생전에 아기를 출산한 집이 가난해서 끼니 걱정을 한다는 동네 소문이 있으면 어머니가 직접 쌀을 퍼 담아 아버지 뜻을 전달해 주시곤 했던 기억이 있다. 부친께서는 65세 되시던 여름날 밤 평소 지병으로 앓으시던 고혈압 때문에 뇌출혈로 주무시다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어머니께서는 요즘 자유롭지 못한 몸을 지탱하시면서 조석으로 1,080주(염주)를 돌리시면서 관음주력(염불)을 하루 세 번 이상 하신다. 밖에 출입을 못하시는 이유로 일과처럼 금강경과 아미타경 한문경전을 수지독송 하시면서 환희심을 내신다. 일본식민지 시절에 중등교육까지 받으신 어머니는 지금도 정신이 맑고 또렷해서 비밀스런 이야기나 전화를 통한 비밀은 일본어로 사용하시고 한문의 뜻도 해석하시며 천진스런 아이같이 순수함이 드러내 보이신다. 세상살이를 마감해가면서 두려움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사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에 세상을 한없이 원망 없이 잘 살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마음이 그대로 연결되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을 이미 준비했다는 여유로운 기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부지런한 농부는 가을에 걱정할 일이 없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정신없이 살다가 죽게되었고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되었는데 허둥대고 바쁘게 살다가 좋은 일 한번 못하고 죽게 되었으니 억울하다면서 미리 진작 소식을 주던지 기별을 하지 않고 이렇게 죽게 했느냐고 하자 염라대왕이 하는 말이 소식도 했고 기별도 주었노라고 했다. 밤낮이 바뀌고 겨울가고 여름 가는 것이 소식이고 기별이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목표가 분명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삼가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선신이 다 도움을 주게 되어있다. 목적의식이 흔들리지 않도록 항상 자신을 점검하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쪽으로 기운 나무는 분명히 동쪽으로 넘어가게 되어있다.
양귀비는 꽃은 아름답지만 그 내면에는 사람을 죽게 하는 독(아편)이 있다. 반면 연꽃은 그윽한 향기만큼이나 시원스런 잎과 뿌리 모두 사람의 양식이 되고 약이 된다. 눈만 뜨면 과다한 정보와 지식이 쏟아져 나오고 선전과 광고가 일상생활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잡다한 것들에 시달리다보면 정작 자신의 내면적 성찰과 본질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여행자가 안내서를 잘 챙기고 목적지를 살피면서 찾아 가듯이 사람이 본 면목인 마음을 살피지 않고 자신을 잃어 버리고 산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또 나을 속이는 일과 같다. 목적이 있는 여행자와 방랑자의 차이는 크다. 자신을 보람되고 행복하게 증장시킬 수 있는 카드는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일이다. 사람에 따라서 상황이 다르고 법(습관)이 달라서 종착역이 다를 뿐이다. 산삼을 먹는 사람보다 산삼을 캐는 사람이 더 건강한 법이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 세상을 주인답게 사는 일 그것이 진정한 웰빙이고 웰다잉이라 할 수 있다. 값진 음식을 섭취하고 비싼 천을 몸에 두른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본래 본심의 세계는 의식을 초월해있다. 또 한해가 저물어가는 초겨울 문턱에서 새로운 한해를 설계하고 맞이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두 장이나 남은 기간에 후회 없는 일 년 마무리를 해야 할 일이다.  
세속에 눈병과 귓병을 치료하고 무거운 짐을 덜어버리고 모순된 생각들을 버릴 때 이것이 진정한 웰다잉인의 자세라고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