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호식(好衣好食)
호의호식(好衣好食)
  • 김숙자 기자
  • 승인 2010.08.2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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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웅
전 안양대학교 교수 교육학박사
반석교회   장로

‘고대 인도의 아쇼카 왕 형제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세속적이고 본능적인 쾌락에 빠진 동생 비타쇼카가 있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형을 왕으로 두었기에 즐거움에 탐닉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형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이 입는 옷과 왕의 상징인 휘장을 방에 벗어 놓은 채 외출에 나갔는데 마침 동생이 대신들과 함께 왕궁 안을 걷다가 왕의 옷과 휘장이 놓인 방에 이르렀습니다.
대신 중 하나가 이 옷들이 맞는지 한번 입어보도록 비타쇼카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동생인 당신이 왕이 될 것이니 어디 한번 입어보라는 꾀임을 한 것입니다.
그가 왕의 옷을 입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순간 아쇼카 왕이 들어 왔습니다.
“지금 무엇하고 있는 것인가?  왕위를 빼앗겠다는 것인가? 이것은 반역이기 때문에 네가 아무리 내 형제라 하더라도 법을 집행하겠다.” “이 자를 체포해 사형에 처하라.”자비를 청하는 동생의 필사적인 애원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쇼카는 법을 지키겠다고 하고,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습니다.
“네가 내 동생이니 한 가지 특별한 배려를 해 주겠다.  네가 무척이나 왕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니, 앞으로 7일간 왕의 모든 권한을 즐길 수 있게 해 주겠다.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 네가 원하는 모든 여자를 가질 수 있고, 원하는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내가 즐기는 모든 것을 너도 즐길 수 있다. 이 7일 동안 왕이 누리는 모든 것이 너의 것이다. 그러나 7일 후에는 반드시 너를 처형할 것이다. 그것만은 달라질 수 없다.”
7일 후 아쇼카 왕은 사형장으로 동생을 불러놓고 물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들을 즐겼는가? 최고의 음식을 먹었는가? 좋은 옷을 마음껏 입었는가?  등 등
동생 비타쇼카는 어깨를 떨구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내가 곧 죽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겠습니까?” 아쇼카 왕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제야 네가 깨달았구나.” 곧 죽으리라는 사실을 알 때, 어떤 즐거움이 너를 사로잡을 수 있겠는가?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중에서)’
호의호식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웰빙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잘 입고, 잘 먹고, 즐기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양 이를 강조하는 부류들이 있어 세상은 더욱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느 장난꾸러기가 남의 상점에 들어가 물건의 가격표를 이리저리 바꾸어서 붙여 놓은 것과 같은 사회, 진정 값있는 일에는 소홀히 하고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반대로 우리의 영혼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들은 너무도 등한히 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죽음을 명심하는 자는  본능적이고 세속적인 그 어느 것도 인생을 만족시켜 줄 수 없음을 깨닫고 회심하게 됩니다.  
죽음이 앞에 다가와 있는데 성 폭력이나 추행의 모습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죽음이 있음을 평소에 인식하는 자는 관능적 쾌락에 탐닉할 수 없겠지요. 한 번 죽는 것은 정한 이치인 것을 잊지 말고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호의호식만이 웰빙의 삶은 아닙니다. ‘호의호식’보다는 회자되었던 줄임말 ‘아나바다’를 우리들의 실생활에 적용하여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물품의 근검절약으로 이웃과 풍성한 사랑을 나누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풍부하던, 가난하던 기본에 충실한 삶이 더욱 아름다운 것임을 강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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