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설날의 단상│오흥재 경영학 박사
[설봉칼럼] 설날의 단상│오흥재 경영학 박사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4.02.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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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단상
 

오 흥 재수필가경영학박사
오 흥 재
수필가
경영학박사

황금연휴로 이어지는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은 한 해를 시작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리운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전반적으로 썰렁한 경기지만,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으로 달려가는 마음에는 여유가 넘칠 것이고 귀성인파도 여느 해 못지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고향이 더욱 그리운 것일까, 설레며 찾는 고향은 넉넉한 인심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우리 농업은 기후 변화의 위협, 높은 경영비 부담, 감소하는 농업소득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농업인들은 여전히 수심에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상숭배와 효 사상에 기반을 둔 설은 조상과 자손이 함께하는 아주 신성한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 도시화된 공간의 굴레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숨 막힐 듯한 도시생활과 소음과 갖가지 공해로 찌든 사회에서 오는 긴장감과 강박감에서 연휴기간이나마 해방되는 즐거움을 갖게 된다. 세월은 변해도 고향은 변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설은 일터를 찾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모든 삶의 갈증을 풀어내는 시간이다. 또한 평소에 이기적인 세속생활에서 조상과 함께하는 성스러운 시간으로 옮겨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설빔을 갈아입고 정성스럽게 차례를 지내며 세찬을 나누고 웃어른께 새배를 하면서 한가족이라는 일체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설은 공동체의 결속을 강하게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명절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즘의 경제사정은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고물가로 위축된 내수를 늘어난 이자부담이 다시 제약하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고금리기조는 누적된 물가 압력이 쉽게 가시지 않는 탓에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라 고용사정도 좋지 않아 보인다.

계속되는 경기침제로 이번 설은 넉넉하지 않아 쓸쓸한 분위기마저 보이고 있다. 고향을 찾는 가족 중에는 청년실업자나 폐업이나 휴업한 자영업자가 한둘은 있을 법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반듯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취업준비에 매달려 있는 가족도 있을 것이고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에 매달려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계의 어려움으로 고향과 이웃의 만남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설날 고향을 찾는 이들 모두가 애정으로 맺어진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고 재충전하여 자신감을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자신감은 언제나 행동하며 동요하지 않는다. 낯선 타향에서 외롭게 경쟁하다 찾아가는 고향은 명절의 전통과 풍속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자리를 잡지 못해 오는 초조감, 불만, 불안감 등이 가족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묶여서 그 안에 녹게 되길 기대한다. 윤리와 가치관이 많이 혼란스러운 이때 건강한 가족관계는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침이 된다.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들의 왜곡된 소비문화와 과소비 등 잘못된 가치관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다. 청년실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라도 그 근간이 되는 단위는 가족이다. 서구사회보다 더 튼튼한 가족 간의 유대감이 지탱해주고 있어서 현대문명을 전해준 그들보다 우리가 더 건전한 문화적 틀을 가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아무쪼록 올 설 귀경길에는 자신감을 갖고 두 손 가득 희망과 용기를 들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희망과 용기는 만병을 다스리는 치료약이기 때문이다. 설날 모두 모여 덕담을 나누며 묵은해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설은 전통적 가치로서 의미를 넘어 더욱 중요한 의미를 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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