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병상일기│석당 윤석구 시인
[기고] 병상일기│석당 윤석구 시인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12.08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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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 
 

석당 윤  석  구
시인

80이 넘은 어느 날 갑자기 양쪽 어깨 통증이 참기 어려웠다. 양방 한방 순회하듯 찾아다니며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신하리에 있는 이천한의원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진료 첫날 정재은 원장님은 한의사인데도 천사님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원장님은 환자를 대할 때 때론 친구처럼, 때론 언니 오빠처럼, 노인에게는 부모처럼 대하듯 친절했다. 일주일에 3회를 치료받고 있는 데 갈 때마다 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원장님의 따뜻한 한마디를 듣고 싶어 가는 것 같았다. 

어제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더니 “지구가 흔들립니다”라고 하여 나는 그만 시적인 그런 표현에 “와!”하고 쑥뜸보다도 멍했던 영혼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듯하였다.

오늘은 또 무엇으로 놀라게 할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침을 잘 맞는다고 ‘침돌이’라는 별명을 선물로 주었다. 그래서 나도 “아픈 것들이 멍청해서 눌러만 있다가 원장님께서 그놈들 빨리 도망가라고 똘똘한 침을 놓아 주니 고마워서 침돌이 된 것 같습니다” 하고 감사 인사를 했다.

환자는 의사 앞에만 서면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긴장하게 된다. 평생 살아오며 많은 긴장 앞에 서 왔지만, 의사 앞에서의 긴장보다 무서운 긴장은 없다고 본다. 그래서 치료보다 희망을 주는 친절은 뜨겁게 감사할 수밖에 없더라.
 

 

어느 날 침을 맞다가
어머
내 손등이 쭈굴쭈굴 
현미경처럼 보인다
눈이 안개같이 침침한데도 
그런데 원장님이
마음의 근육은 아직 포동포동하니
빠르게 회복될 거예요 한다

어휴, 살았다 
그 소리 듣고 나니
피부가 스멀스멀 웃고
내 미소가 갑자기 두꺼워지더라

 

어찌어찌하다가 어깨너머로 흉내 내면서 써본 졸시가 원장님의 선택으로 침상 위에 걸리는 영광까지 얻게 되었으니 아파서 얻은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아름다운 영광이 되었다. 그래서 내 갤러리를 보러 가는 듯 즐거운 일과가 되었다.

요즘은 환자들께서 침을 맞으면서도 핸드폰을 본다고 이왕이면 몇 분 동안이라도 시를 읽으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고 침상 머리맡에 시를 여러 편 걸어 주었다. 내 갤러리처럼 말이다.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는 담당 의사한테 특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이미 30%는 치료가 되었다고 본다. 의사한테는 모든 환자가 한 사람의 고객에 불과하지만, 진료를 받는 환자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때문에 친절과 희망을 주는 한마디는 최고의 감동이다.

노인이 되면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정을 다니다가 몸이 불편하고 아프면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입주하기도 한다. 그때부터 사회와 차단되고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되는데 입원하지 않고 한의원에 통원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원장님 덕분에 격일제로 출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한 도와주는 한정숙 간호사까지도 어찌나 친절한지 치료하는 시간 내내 지루함 없이 마음을 안정되게 해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내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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