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내가 삶에서 배운 세 가지 교훈 I 양광모 시인
[설봉칼럼] 내가 삶에서 배운 세 가지 교훈 I 양광모 시인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12.0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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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삶에서 배운 세 가지 교훈

 

양  광  모시인
양 광 모시인

안녕하세요. 양광모 시인입니다. 제가 삶에서 배운 세 가지 교훈을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세상을 향해 띄우는 마지막 편지가 될 터인데 부족함이 있더라도 좋은 뜻으로 헤아려 주세요.

첫째, 그저 지구에 태어난 거야.

처음에는 지옥인 줄만 알았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던 가난, 먹거리가 떨어져 국수를 삶아 먹을 돈 100원을 이웃집에서 빌려오라던 어머니의 심부름, 봉지쌀을 사러 다니던 겨울밤의 길고도 어두운 골목길, 그 골목에 울려 퍼지던 교회 찬송가 소리를 들으며 가슴에 북받쳐 오르던 슬픔,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오던 빚쟁이들, 욕설과 함께 머리를 쥐어뜯기던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느낀 충격과 비애, 빚쟁이의 뒤를 쫓아가 “한 번만 더 집으로 찾아오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위협(?)을 가하며 부들부들 몸을 떨던 순간, 중학생이던 저의 심장을 가득 채운 것은 세상을 향한 끝없는 원망과 암흑이 짙게 깔린 비참한 삶에 대한 절망뿐이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악몽의 시간도 마침내 지나가고 그 후의 세월은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영광과 모욕이 교차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희비극의 지속적인 반복 속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 어쩌겠어. 여기는 지구인걸. 내가 천국에 태어난 건 아니잖아.”

시인의 눈으로 해석해 보면 이렇습니다. 지구는 지옥의 <지>와 천국의 <국>, 두 글자를 모아 만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국>에서 <ㄱ>이 떨어져 <지국>이 아닌 <지구>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런 까닭으로 기쁨과 웃음보다는 슬픔과 눈물이 늘 두 배쯤 더 많은 곳입니다. 지금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어쩌겠어. 천국이 아닌 지구에 태어난 걸.”

둘째, 지금은 뒷면이 나올 차례야.

인생에는 실패, 이별, 질병, 불운 등 다양한 불청객들이 찾아옵니다. 이들은 초대를 받지는 못했지만 삶을 살아가는 동안 늘 찾아오기 마련인 손님들입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들을 대해야 할까요?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인데 아쉽게도 출처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슬픈 일이 닥칠 때마다 사람들은 ‘오, 하필이면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일까?’라고 말하지만, 기쁜 일이 일어났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혹시 여러분은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성공, 사랑, 행운, 행복이 찾아왔을 때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넨 적이 있는지요? 

“오, 하필이면 이런 기쁜 일이 나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인생은 너무나 불공평하구나!”
아마도 그런 적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기쁜 일이 찾아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인생에서 슬픈 일이 찾아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인생은 동전 던지기와 같습니다. 으레 앞면이나 뒷면이 나오기 마련이죠. 때론 한쪽 면이 더 많이, 더 자주 나올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다른 면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슬픔이나 고통, 불행이 찾아오면 이렇게 말해 보세요. 

“잠시 기다려. 지금은 뒷면이 나올 차례야”

셋째, 때로는 빗자루를 버려야 해.

2024 수능시험 필적 확인 문구로 졸시 <가장 넓은 길>의 다음 시구가 인용되었습니다.

‘가장 넓은 길은 내 마음속에.’

앞에서 지구를 만들 때 <국>에서 <ㄱ>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는데 그 <ㄱ>이 바로 ‘길’입니다. 희망의 길, 사랑의 길, 성공의 길, 행복의 길을 잃어버려 평생토록 찾아 헤매는 곳이 바로 지구입니다. 과연 우리는 그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누군가는 찾아내고, 아마도 누군가는 찾지 못할 것입니다. 저 역시 그 길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숱한 시행착오 끝에 다음과 같은 방법론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제와 다른 생각을 하라.
-어제와 다른 말을 하라.
-어제와 다른 행동을 하라.
-어제와 다른 일을 하라.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하라.

눈과 어둠에 덮여 보이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는 일, 그것은 어찌 보면 기존에 있던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일입니다. 어제와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변화, 새로운 삶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지금까지 손에 쥐고 있던 빗자루는 버리고 눈삽으로 눈을 치워야만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그저 지구에 태어났을 뿐입니다. 슬픔이 기쁨보다 더 많기는 하지만 천국도 지옥도 아닌 곳. 인생이라는 동전은 앞면, 뒷면이 모두 나오기 마련입니다. 앞면이 나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뒷면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내 앞에 눈이 쌓여 있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치워나가세요. 만약 힘껏 노력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다섯 가지 방법으로 새롭게 시도하세요. 그것이 곧 여러분의 삶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어쩌면 가장 눈부시고 멋진 인생길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 길에 행운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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