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수험생, 학부모님께 I 양광모 시인
[설봉칼럼] 수험생, 학부모님께 I 양광모 시인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11.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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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학부모님께

양  광  모
시인

안녕하세요. 양광모 시인입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깊은 위로와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저는 이번 수능시험에 졸시 <가장 넓은 길>의 일부가 필적 확인 문구로 인용되는 기쁨과 영광을 얻었습니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이 시구를 읽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글을 읽으며 저 또한 뜨거운 눈물을 쏟았습니다. 보잘것없는 문장에 눈물을 흘릴 만큼 여전히 세상은 너무나 힘겹고, 춥고, 서럽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인생을 살아오며 느낀 몇 가지 경험을 전하고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짧은 생각이니 너그러이 읽어주세요.

저는 대학입학시험에 4수를 하였습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받아 적성과는 무관하게 입학한 토목공학과를 1학기 만에 중퇴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5년에 걸쳐 세 번의 시험을 치렀습니다. 마지막 시험은 군 복무 중이라 1주일 전까지 휴가증을 받지 못해 가슴을 졸이기도 하였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짧은 직장 생활 끝에 IMF, 벤처 폭락, 경영 능력 미숙 등의 이유로 3번의 사업을 실패하였습니다.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열정으로 출마한 지방자치 선거에서 2번을 낙선하였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저는 아래와 같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괜찮아도 됩니다.

실패는 고통스럽습니다. 뼈아픈 후회와 눈물을 안겨줍니다. 그렇지만 인생은 한두 번의 실패가 평생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남은 60~80년의 인생에 있어 오늘의 실패는 그저 몇 푼 남짓한 수업료에 불과할 뿐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사실은 그다지 별일 아니었다는 것을. 오늘의 작은 실수를 내일의 큰 실패로 만들지 마세요. 지금 괜찮지는 않겠지만, 괜찮아도 됩니다.

둘째, 미래를 사랑하세요.

미래는 공중에 던져진 주사위와 같습니다.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 또한 50살이 되던 해에 문득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20대 초반 이후 시인이 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설사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숫자가 나와도 괜찮습니다. 10여 차례에 가까운 좌절을 겪었지만, 그 시절의 고통과 슬픔이 저를 시인으로 만들어 주었고 사람들이 공감하는 시를 쓸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잊지 마세요. 오늘 겪는 아픔이 내일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사실을.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미래를 사랑하세요. 

셋째, 내가 피우고 싶은 꽃을 피우세요. 

인생은 나만의 색, 나만의 향기를 지닌 꽃을 피우는 일입니다. 장미꽃을 피우고 싶다면 누군가 국화를 피우라고 말해도 절대로 귀 기울이지 마세요. 재능과 소질이라는 단어를 믿지 마세요. 저는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줄의 시도 쓰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나는 문학적 재능도 없고, 시적 감수성도 모두 고갈되었구나.”라며 탄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무 권의 시집, 1500편이 넘는 시를 쓴 시인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의 진정한 행복입니다.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

인생과 미래는 놀랍고 신비로운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상식,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재능, 소질, 불가능, 한계, 현실……. 이런 단어는 모두 잊어버려야만 합니다.

만약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인생이 놀랍고 신비롭지 않다면 그때 해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깜짝 놀라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미래를 더욱 뜨겁게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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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랑을 담아,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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