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3 춘천마라톤 완주! 명예의 전당 입성 I 백지윤토탈뷰티샵 백지윤 원장
[기고] 2023 춘천마라톤 완주! 명예의 전당 입성 I 백지윤토탈뷰티샵 백지윤 원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11.03 17:4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 지 윤백지윤토탈뷰티샵 원장
백 지 윤
백지윤토탈뷰티샵 원장

마라톤 42.195km. 길은 길게 펼쳐져 끝이 보일 거 같지 않은 길, 나의 발걸음은 시작됐다. 한 발 따라 한 발 따라 숨은 차오른다. 점점 가까워지는 골인 선인 듯한데 몸은 지쳤고 통증은 심해 골인 지점까지 쉽게 갈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새벽 기도하고 골인 지점 가까이에서 가족들을 마주할 기쁨이 가득하다. 사랑하는 일행들을 만나야지 하는 생각으로 고통을 이겨내게 만든다. 마침내 조금씩 앞으로 간다.

포기하려 잠시 몸과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매 순간, 혼란된 순간마다 오는 통증들. 힘들어하는 나의 몸을 지탱하고 힘차게 한발 앞서 이기고 있는 나.

나의 인생 또한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듯 마라톤 또한 다를 게 없다. 지금 순간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 오직 나 자신만 믿어야 한다. 가슴 한편에 작은 목표를 품었듯, 땀방울이 이마와 온몸을 타고 내려 땅으로 쏟아진다.

나의 발걸음은 그래도 쉬지 않는다. 내가 정해둔 지점까지 가야 하니 말이다. 출발 전 다짐했다. 돌아서지 않겠다고 걷지 않으리라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않겠다고. 마라톤이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겨우겨우 버티던 몸이 이제 도착 선을 향해 코앞에 왔다. 나의 희망과 꿈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긴 시간을 갈고닦은 끈기, 마라톤의 의지와 열정의 결정체. 나는 시인이자 달려가는 자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나의 마음을 응원하듯 길에 흩어진 관중들도 응원을 보낸다. 어느덧 길 마지막 지점에 와있다. 

목표를 이뤘다. 나는 마라톤의 승자. 시를 노래하며 달렸다. 아, 얼마나 걱정했던가? 얼마나 힘들었던가? 풀코스를 준비하는 내내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물거품처럼 떠오르다가 이내 곧 사라질 것이다. 나는 해냈다. 오늘 나는 기어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었다.

마라톤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할 수 있다.

대회장으로 가는 출발 전날만 해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었다. 내 몸을 온전히 아끼고 아껴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탄수화물 많이 먹어줘야 해서 먹는 것만 열심히 챙겨 먹고, 옷가지를 챙겼다. 마라톤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다시 확인한다. 별것 없을 것 같은 데 마라톤 대회 준비물이 어찌나 많던지 가방이 터질 것 같았다. 옷도 다시 입어보고 다른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어제 해놓은 찰밥도 준비해 먹었다.

많은 연습을 못한 불안함을 다 잡으려 다른 때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도했다. 제발 오늘 완주를 해 달라고.

마라톤의 준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두 달 전부터 이어진 훈련이 나를 또 힘들게 했다. 부상도 중간에 찾아와 또 힘들었다. 명예의 전당이 뭐라고 이렇게 힘든걸 다시 하게 되는지.

마라톤을 위해 오늘 출전 선수들과 함께 새벽 5시가 넘은 무렵 춘천을 향해 어둠 사이로 질주한다. 도착하니 열기가 그대로이다.

벌써 10번째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날. 많은 경험이 있었지만 5년이 지난 시간. 코로나로 운동을 조금밖에 하지 않고 지내니 몸은 어느새 초보로 돌아가 있었다. 조금만 뛰어도 힘들고, 몸이 둔하다. 천천히 조금씩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고단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나이가 든 탓도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혈관에 문제 근육에 문제 등이 많은 터이니 정말 힘들었다.

이제 출발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뛰려 맨 뒷 그룹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깐 사이 잃어버린 동료들 너무 많은 사람들로 눈 한번 돌리면 순식간이다. ​출발 10km 전혀 지치지는 않고 기분이 좋다. 사진 찍을 여유도 생긴다.

하프 지점을 넘어서며 다리가 무거워 온다. 하프 반환점까지 내 원래 속도보다 천천히 와야 하는데 왠지 오버페이스 걸린 거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발이 너무 아파지는 걸 느낀다. 옆사람들도 많이 아픈가 보다. 걷는 이, 길가에서 다리 풀고 있는 이, 쓰러져 있는 이. 다들 지쳐 있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 지점까지 온 게 신기하다. 물먹는 곳에 사진 한 장 남긴다​​. 너무 큰 고통이 오는데도 여기까지 왔다. 필성이가 보인다. 아주 아프다는데, 너무 힘들다는데, 필성이도 나와 똑같다.​​

응원 나와 만나기로 한 동료는 보이지 않는다. 30km면 보여줄 거 같았는데 이제 보인 남편과 성윤 오빠가 너무 반갑다. 에너지 음료 하나 받아먹고 다시 힘을 내서 달려본다. 갈증이 나서 죽을 거 같았는데, 에너지 음료가 갈증을 풀어주니 최고의 응원이다. 그래도 힘을 내서 여기까지 왔다. 30km를 지나갔다.

​​40km를 넘어서며 도저히 이젠 걸어서 가야겠다. 한 걸음조차 떼어내기 어렵다. 그래도 골인 지점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 들어왔다.

결국 해냈다. 많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너무 감사하다​​. ​같이 풀코스 도전한 우리 클럽 회원들 대단하다.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특히 큰아들은 10km 도전에 좋은 성적을 내줘서 고맙다.

운동장에서 실컷 완주의 기쁨을 표현해 봤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데 힘든 순간순간 지나면 이렇듯 좋은 결과가 생긴다. 고통이 오면 그 고통도 순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마라톤 준비물을 철저히 챙긴 듯한데도 빠진 게 있어 준비해 준 사람에게도 감사하다. 대단한 우리 회원들! 힘든 순간을 같이해서 감사하다. 매주 훈련시간 같이할 수 있었던 우리. 나에게 우리 모두는 가족이다. 40km 지점 콜라와 물 등으로 봉사해 준 언니 감사해요. 지쳐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주셔서 삶도 우리 같이 의지하며 가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이기에 더욱 감사하다. 이런 영광의 순간, 잊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 마라톤 인생에 숨겨진 나의 모든 것을…….마라톤은 특별하다. 이제 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동덕여대 교수 이옥주 2023-11-08 11:07:54
어려운 일을 해내셨습니다.
마라톤 완주를 축하하며 열정적인 삶을 사시는 모습 존경합니다.

축구감독 허정무 2023-11-06 16:54:03
마라톤 완주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