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회의 자유’ vs ‘행복추구권’, 더 중요한 것은? I 고명진 순경
[기고] ‘집회의 자유’ vs ‘행복추구권’, 더 중요한 것은? I 고명진 순경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10.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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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00~06시 사이 행진을 포함한 시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200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야간 문화제와 같은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옥외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바 있고, 2014년에도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2014년 판결 당시 “자정 이후의 ‘심야 시간’ 범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판시했다. 이후 국회가 구체적 집회 금지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이 이어져 왔다.

국회에서 야간 집회 관련 법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야간 집회를 놓고 논란이 커졌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고, 특정 시간대 집회ㆍ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심야시간대라도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민주노총의 이른바 1박2일 ‘노숙 집회’ 등을 계기로 관계부처 합동 ‘공공질서 확립 특별팀’을 구성하고 심야시간대 집회ㆍ시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고, 9월 21일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집회ㆍ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법 개정을 통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대 집회ㆍ시위를 예외 없이 전면 금지하고, 평일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로 집회도 적극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 소음 기준을 높이고 드론 채증을 도입하는 등 현장 대응 강화책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야간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맞지 않는 면이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고, 다른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더 많은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법부의 결정과 다른 야간 집회 금지 방안을 제정하는 것보다 시민 공감대를 먼저 형성함으로써 그 의견을 반영한 법 조항이 제정된다면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자정에서 오전 06시라는 시간을 중심으로 제한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간적인 요소 외에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논의 과정을 거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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