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질서 유지선’ 선 넘는 사람이 되지 맙시다 I 고명진 순경
[기고] ‘질서 유지선’ 선 넘는 사람이 되지 맙시다 I 고명진 순경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10.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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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명 진세종경찰청 기동단 제 2기동대 순경
고 명 진
세종경찰청 기동단 제 2기동대 순경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건 현장에 사건 관련자를 제외하고 출입하지 못하도록 설치된 노란색 폴리스 라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집회 현장에 가도 이와 같은 폴리스 라인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질서 유지선’이라고 한다.

경찰 통제선이라고도 하는 ‘질서 유지선’은 주로 집회나 시위에 있어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 설정한 통제 구획선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있어 질서 유지선이란 관할 경찰서장이나 시도경찰청장이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보호하고 질서 유지나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하여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나 행진 구간을 일정하게 구획하여 설정한 띠, 방책, 차선 등의 경계표시를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질서 유지선은 다수의 집회 참가자는 물론 다른 국민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필요하다. 질서 유지선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 보행자들이 집회 장소를 우회하기 위해 차도로 통행하다 교통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고, 집회에 불편을 느낀 국민과 집회 참가자 간의 충돌을 방지할 수도 있으며, 집회 참가자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단체의 방해 행위로부터 집회를 보호할 수도 있다. 질서 유지선 내의 집회는 적법한 집회라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시법 제 24조에 따르면 이 질서 유지선을 침법하여 시위하거나 이를 고의로 손괴, 혹은 은닉 하는 행위는 6개월 이하의 징역, 혹은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다. 처벌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이를 보고 질서 유지선의 본래 목적인 준법 집회를 보호하고 국민의 통행권을 보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제한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잘못 이해되는 때도 있다. 특히, 집회 현장에서 급한 경우 띠 없이 경찰관들이 줄지어 서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질서 유지선’의 역할(인 벽)을 수행하거나 버스로 벽(차 벽)을 세워 집회 참가자들의 통행을 제한하는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오히려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질서 유지선을 침범하는 시위대에 대하여 곧바로 전원 체포하는 등 예외 없이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질서 유지선이 집회 결사의 자유를 지키는 동시에 국민의 평온권을 보장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집회 참가자들의 변화된 인식과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질서 유지선’의 의미를 통제와 억압이 아니라 보호와 보장이라는 진정한 의미로 되새기고 집회ㆍ시위를 설치된 ‘질서 유지선’ 안에서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앞장선다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집회ㆍ시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회에 동원된 경찰들 또한 합법적인 집회ㆍ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며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집회 참가자가 아닌 다른 국민의 평온권을 지키기 위해 더욱 힘쓴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선진 사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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