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가연숙 (주)세이프코리아 브랜딩디렉터
[설봉칼럼]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가연숙 (주)세이프코리아 브랜딩디렉터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10.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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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가연숙
現 (주)세이프코리아 브랜딩디렉터
칼럼니스트 / 사진작가 
[달라이라마 마음의 고향을 찾아] 저자
CAFE129 다람살라 인도 / 디렉터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각기 다른 다양한 존재들의 다름을 조율하며 각각의 자리에서 균형을 잡고자 애쓰는 과정이 아닐까.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삶이라 부른다. 엄마의 태를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우리는 배움의 길을 한 시라도 쉰 적이 없다. 그것은 왜일까. 인간은 의식에 기반하여 사유하는 바를 실현하는 고도화된 인격체라는 숙명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생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도 인간으로서 배움과 마주해야 하는 관문에 홀로서야 한다는 것에도 예외가 없다. 어느 날 어느 곳일지 모를 시공간에서, 들이켠 숨을 미처 내뱉지 못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오로지 한 방울의 눈물만이 비로소 이생의 종지부를 의미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여기, 그 눈물을 화폭에 담으며 거대한 작은 점으로 마음을 그린 작가가 있다.

필자는 얼마 전 호암으로부터 색다른 초대장을 받았다. 자연과 전통에 천착하며 집요한 한국미술을 추구했던 김환기(1913~1974)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을 조망하는 ‘한 점 하늘, 김환기 전’의 심야 관람권이었다. 항시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며 지리멸렬하기만 한 단조로운 일상이 갑갑하던 차에 이러한 전시 관람과 같은 테마의 특별한 초대는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故 김환기 작가는 조선백자를 탐미했던 화가이다. 이후에 뉴욕으로 넘어가 한국의 달항아리는 원형으로 승화되었고, 전면점묘법이라는 점화의 화풍으로 작가만의 독창적인 양식을 일궜다. 

호암에서의 전시를 관람하며 그의 일생을 면면히 살펴보며 드는 생각이 있었다. 시절 운이 그를 비켜 간 것일까. 그 시대의 미술사조와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활동을 하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는 추상적 표현주의가 저물고 대중과 교감하는 팝아트가 도래하던 때였기에, 화백의 동양적 사고와 시적 정서는 즉흥적인 실험예술과는 거리를 둔 심미안으로 점철되었다.

편편상(片片想)의 사상계(1961년도 9월호)에 실린 그의 글에는 비약적으로나마 타국의 예술환경에서 싸워 살아남아야 했던, 됫박의 쌀과 소주 한 병만이 그를 예술가라고 정의 내려 주었던 당시 작가의 고단했던 심리가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한국의 화가가 집착했던 조선백자의 선은 그의 미의식을 통해 한 점의 원형으로 승화되기에 이르렀음에도 그가 철두철미하게 고수했던 바는 오로지 점에 스민 민족정신이었다. 때문이었을까. 화폭에 담긴 점은 견고하고 또한 투박했다.

추상의 집약체였을까. 붓끝에 맺힌 한 점은, 급기야 화가의 눈물로 비쳤다. 보편적 세계에서 확장된 사유를 시도했던 그의 그림은 독백과 같은 인생의 물음을 압축하고 있었다. 이어서 한 점 한 점이 점차 확장되는가 싶더니, 달항아리가 되고 달이 되어 나 자신의 본연과 마주 서 있다. 

우리는 때때로 자문한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물음에 대한 해결을 도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필자 나름의 심미안의 방식으로서 다양한 시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프리즘 라이프, Prism life! 칼럼 연재에 많은 성원을 바라며 그 서막을 연다.

[이천설봉신문 1044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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