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추석을 맞으며│우병동 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설봉칼럼] 추석을 맞으며│우병동 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09.2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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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으며

우  병  동前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경성대학교 명예교수 
우 병 동
前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경성대학교 명예교수 

뜨거웠던 여름과 지루한 장마도 지나고 올해도 어김없이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한 해 동안 지어온 농사를 거두랴, 떨어져 있던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보랴 가슴이 설레는 명절이지만, 올 추석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만은 않은 듯하다. 무엇보다 다락같이 오른 물가 때문에 모두 걱정이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등을 겪으면서 많이 풀려난 돈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데다가 원유가 등 각종 원자재 값이 뛰어올라 모든 공산품 값이 다락같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여름 장기간 내린 폭우 때문에 제대로 숙성하지 못한 여러 농산물들 및 과일·야채 값이 크게 올라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한껏 팍팍해진 현실이다. 올해는 추석 차례상 차리기에도 지출이 만만치 않아 주부들의 시름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명절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조차 그다지 풍요롭지 못한 듯하다. 국내 어느 카드회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추석에는 국내든 국외든 나들이를 가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겠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30%에 달한다고 한다. 예년에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물결이 버스와 기차에 몰리고,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들로 공항이 붐비던 풍경을 올해는 보지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보다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가구의 비율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명절 기분이 제대로 나지 않는 추석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년에 한두 번 명절을 맞아서 못 보던 자식들을 만나고, 외롭게 지내던 집 안에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만나서 웃음꽃을 피우던 풍요롭고 즐거운 지방의 모습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서울로, 대도시로 나가서 외롭게 생활하던 가족들이 그나마 명절을 맞아 지방으로 회귀하던 모습들이 사라지면서 이제 지방의 소외, 낙후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게 생겼다.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지역의 소멸 현상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어느 조사 기관에 따르면 젊은 가임 여성과 60대 이상 노년층과의 비율로 볼 때 앞으로 소멸될 우려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100여 곳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균형 발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지방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다소 마음이 놓인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지방을 살리기 위한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정책 시행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지방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없는 상황을 두고 보지 않겠으며, 국민 누구나 인근에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의 지방 시대 위원회는 앞으로 자율성을 키우는 과감한 지방 분권, 인재를 기르는 지방 교육, 지방의 일자리를 늘리는 과감한 개혁, 지방의 개성을 살리는 특화발전, 맞춤형 생활 복지 등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 활동을 부추기며, 지역 인재 발굴을 위한 교육 특례지구 설립과 지원에 나서겠다고 한다. 또한 지방의 로컬리즘을 살리는 문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지역민들의 안정적인 복지와 문화 시설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등 삶의 질 높이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정책 추진의 의지와 내용의 구체성에 있어서 이전 정부와 차이가 난다. 잘 만 진행되면 지역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앞으로 50년 안에 우리나라 지역의 3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차제에 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고 지역 살리기에 매진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에 큰 재앙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예에서도 보았듯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만으로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결국은 실패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의 자각과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노력이 얼마나 따르느냐에 정책 추진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제대로 된 지역 발전 추진에 나서야 할 때다. 

또한 이에 앞장서고 그 과정을 독려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도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역 언론들이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부추기고, 각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찾아 길잡이를 해 줄 때 효율적인 지역 개발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앞으로 추진되는 지역 발전 계획에 따라 우리나라 지방이 다시 살아나고 활기를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시 추석 명절이 되면 고행의 집집마다 웃음이 되살아나는 흐뭇한 광경이 되살아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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