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 김병철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후연구원
인터뷰 I 김병철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후연구원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07.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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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2주년 특별인터뷰] 김병철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후연구원

미래산업을 이끌어 가는 로봇공학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다

로봇공학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주목받는 분야로 손꼽힌다. 지치지 않고 맡은 임무를 척척 정확하게 해내는 덕분에 일상과 삶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까닭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단순한 상상력 이상으로 커다란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천설봉신문은 창간 22주년을 기념해 미래산업을 이끌어 가는 로봇공학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고, 방향성을 되짚고자 특별 인터뷰를 게재한다.  
김숙자 발행인 / 김현·김문수·송정률 기자

김 병 철(현)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후연구원서울대학교 공학박사
김 병 철
(현)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후연구원
서울대학교 공학박사

■ 안녕하세요, 김병철 박사님. 전공 주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 재직 중인 김병철입니다. 저는 착용형 손 로봇을 주제로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제가 개발한 로봇은 손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 및 노약자분들께서 일상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 연구 과정에서 중점을 두는 사항은 무엇인지요?

로봇 개발 시 저는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모두 고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사용자 경험에 집중한 이유는 착용형 로봇의 개발에서 사용자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쉽게 예시를 통해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의 크기가 너무 크다면 물체 사용에 방해될 것입니다. 무게가 무겁다면 사용자가 금방 피로를 느끼게 될 테니까요. 

이를 위해 저는 사용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부족 구동 메커니즘, 유연 소재 로봇 설계 기술, 와이어 기반 힘 전달 메커니즘과 같은 세 가지 로봇 요소 기술들에 대한 연구 끝에 로봇의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고려한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부족 구동 메커니즘을 통해 적은 수의 구동기를 사용하면서도 로봇의 성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으며, 유연 소재 로봇 설계 기술을 통해 로봇의 안전성을 높이고 크기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와이어 기반 힘 전달 메커니즘의 사용은 로봇의 무거운 구성 요소인 구동기, 제어기, 배터리 등을 로봇의 착용부로부터 멀리 떨어뜨릴 수 있게 했습니다. 

세 요소 기술 중에서 제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연구는 와이어 기반 힘 전달 메커니즘에 관련된 연구입니다. 와이어 메커니즘을 로봇에 적용시키기 위해 특화된 구동기를 개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와이어를 이용해 로봇을 움직일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작용(마찰, 끊어짐) 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연구들을 하나씩 해가면서 로봇의 성능과 사용자 경험이 점점 향상되는 경험을 통해 로봇 연구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연구 중인 로봇이 지원할 수 있는 특정 작업이나 활동은 무엇인가요?

현재 제가 연구해 왔던 로봇은 주로 장애인 및 노약자의 일상생활 손동작을 보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체들을 그 물체들의 형상에 따라 다른 자세로 잡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 제가 개발한 로봇은 일상 생활 잡기 동작 보조가 주된 기능이지만 활동 보조 로봇 자체의 기술 잠재력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해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적인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비장애인들도 행동보조로봇을 사용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소방관, 경찰관, 택배 기사와 같이 신체 능력의 강화가 필요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착용한 행동 보조 로봇은 그들의 신체 능력 강화를 돕고, 직업 활동을 더 편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 그동안 해오신 연구나 과제 중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성과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과제로 GRIPIT 개발 과제가 있습니다. GRIPIT은 필기구를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 및 노약자들에게 필기구를 잡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제품입니다. 해당 연구가 저에게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장애인 분들께서 제품 사용에 관해 말씀해 주신 의견들이 저에게 큰 의미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은 척추를 다쳐 사지 마비가 되신 척수손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인데, 제가 만난 장애인께서 다치기 이전에 글 쓰는 느낌이 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때 공부했던 수학, 과학 같은 학문이 정말 누군가를 돕는 일에 사용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기에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 현재 진행 중인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현재는 MIT의 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CSAIL)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착용형 손 로봇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요즘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생성형 인공 지능(Generative AI)에 대한 연구를 이곳 연구진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서 로봇의 목표 기능을 설정하면 이 기능에 최적화된 로봇을 만들어주는 연구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물체를 잘 잡는 로봇을 만들도록 프로그래밍하면 그 로봇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연구입니다. 

챗GPT나 DALL-E와 같이 글 또는 그림을 생성해 주는 것이 아닌 로봇의 설계를 생성해 주는 연구이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고래의 언어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도 하고 있는데 최초로 인간이 아닌 생명체와의 교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도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 로봇공학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아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치고 현재는 MIT에 있는 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부터 본격적인 로봇공학에 대한 전공을 시작했으며 주로 로봇의 하드웨어를 설계 및 제작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습니다. 친구들과 고래 로봇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천 소재의 착용형 로봇도 개발해 왔습니다. 

또한 저는 로봇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구동기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습니다. 대다수의 로봇은 상황에 따른 적절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데, 그때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환해주는 부품을 구동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로봇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조화롭게 개발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MIT에서는 Computer Science 관련 학과에서 연구를 하면서 저의 분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곳 연구원들이 필요로 하는 하드웨어 개발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그들과 협력 연구들을 통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 로봇박사를 꿈꾸는 미래인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점은?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기계공학, 컴퓨터 공학, 전기공학과 중 하나의 과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이야기까지가 정석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입시에서 자유로운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조금 더 자유롭게 이야기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더 어린 초등학생이 로봇공학 전공을 꿈꾼다면, 수학/과학 외에도 프로그래밍과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많은 공학 분야에서는 프로그래밍이 굉장히 중요한 능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순히 수학, 과학, 프로그래밍, 영어 자체를 잘하는 것을 넘어서서 수학적 사고, 과학적 사고와 같은 사고의 과정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후부터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로봇이 융합 연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계공학에 대한 지식을 통해 로봇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고, 전기 공학을 통해 로봇에 사용될 전기 회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 공학을 통해 로봇이 움직이는데 필요한 제어 알고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모두 갖춰졌을 때 더 나은 로봇공학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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