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한국출판 편집자상의 제정과 시행│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설봉칼럼] 한국출판 편집자상의 제정과 시행│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2.12.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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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 편집자상의 제정과 시행
 

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前 동원대학교 교수문화재위원 역임
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前 동원대학교 교수
문화재위원 역임

지난 11월 24일 필자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국출판 편집자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상은 15년 이상 출판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편집자 중에서 탁월한 업적이 있는 인물을 가려내어 포상하려는 목적으로 올해 제정되었다. 그동안 출판물 발행인이나 저작자에 대한 포상제도는 다양하게 시행되어 왔지만, 정작 서적출판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편집자에 대한 포상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재)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사장 김종수)에서 제정한 한국출판 편집자상은 그 의미가 크다. 

처음 시행인데도 32인의 후보자가 나올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후보자는 직접 공모 또는 추천을 통해서 받았는데, 이력서·출판편집 관련 자기소개서·실적 목록 및 대표적인 실적 편집물 3종 등을 제출하게 하였다. 이 제출물을 토대로 심사하는데, 그 심사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첫째, 편집관이 뚜렷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온 사람. 둘째, 미래지향적인 기획·편집을 통하여 출판 및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 셋째, 제출된 실적물에 대한 평가이다. 아울러 출판계에서 소홀히 다루는 특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한 사람, 편집자의 역량이 반영될 수 있는 기획물을 낸 사람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심사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하여 제1회 한국출판 편집자상 수상자로 대상에 이승우 씨(도서출판 길), 금상에 이경아 씨(돌베개출판사)와 김세원 씨(도서출판 길벗)를 선정했다. 언론에 알리니 KBS 등의 방송과 연합뉴스 및 중앙 일간지들에서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주었다.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에게 상패와 상금(대상 1,000만 원, 금상 각 500만 원)이 전달되었다. 시상식에서 필자가 발표한 수상자별 선정 이유를 다음에 간략하게 소개한다. 

*대상 수상자 이승우 씨는 1995년 출판계에 입문한 이래 28년간 편집자로 근무하며 인문 학술 분야에서, 한국의 대표적 학자들 및 새롭게 발굴한 젊은 연구자들의 저술을 기획·편집하여 사회에 내놓음으로써 우리 인문학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수상자의 대표적 기획물로는 <한길그레이트북스>와 <한길신인문총서>(이상 한길사 발행) 및 <코기토총서-세계 사상의 고전>과 <인문정신의 탐구> 시리즈(이상 도서출판 길 발행)이 있다. 이 책들은 대학과 지식인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학문 발전에 기여해왔다. 
또한 수상자는 서양 인문학 분야의 고전 번역에서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리스어, 라틴어, 이탈리어어 등의 원전을 번역·편집하며 비판 정본 작업을 수행해왔다. 번역출판에 대한 수상자의 편집관은 확고하다. 수상자는 편집자의 역할이 저자의 원고를 어법에 맞는 우리말로 다듬고 편집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신념 하에 번역자와 함께 고전 텍스트의 세부적인 내용 하나하나에 방대한 문헌학적 서지학적 주해를 꼼꼼하게 달아 독자들이 고전을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왔다.

*금상 수상자 이경아 씨는 1998년 출판계에 입문한 이래 25년간 편집자로서 한국 고전과 인문 분야 서적의 기획·편집을 담당하며 민족문화와 출판 발전에 기여해왔다. 수상자의 대표적 기획·편집 출판물로는 연암 박지원 관련 저술과 연구물, <완역정본 북학의>, <한국 야담 연구>, <정본 백범일지>(도진순 교감), 신영복의 저술과 평전 등이 있다.
또한 수상자는 원고를 사랑하고 저자들과 사상과 정신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는 편집자로서, 원전 대조, 주석과의 씨름, 방대한 색인어 찾기 등 지루할 수도 있는 임무를 사랑하며 자부심을 갖고 책을 만들어 왔다. 또한, 어려운 출판 상황에서도 “정성껏 만든 책은 독자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서적들을 기획·편집해왔다. 

*금상 수상자 김세원 씨는 2001년 출판계에 입문한 이래 22년간 편집자로서 경제경영, 자기개발, 인문교양 등 다양한 분야 서적들을 기획·홍보하며 독서문화 향상에 기여해 왔다. 수상자의 대표적 기획·편집 출판물을 살펴보면, <밀레니얼의 반격 : 라이프스타일 혁신가들이 몰려온다>(전정환 지음), <말공부: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조윤제 지음),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박소연 지음),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김보일 지음) 등이 있다.
수상자는 편집자라는 직업으로 새로운 저자와 텍스트를 만나는 것이 늘 짜릿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다. 또한, 함께 작업하는 저자가 출판을 계기로 삶의 전환점을 발견하거나 지평을 확대하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편집자야말로 사람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교사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사례이다. 

출판의 미래 비전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편집자, 종이책의 물성을 뛰어넘어 콘텐츠 에디터로서 출판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편집자,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여 치열한 고민으로 새로운 세계의 대안을 찾아내는 편집자가 바로 수상자의 모습이다. 

필자는 이러한 수상자별 선정 이유를 밝힌 다음, 소감으로 다음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한국 출판의 희망을 보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투철한 장인의식으로 비전을 찾아 나서는 출판 편집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새로운 저자들을 발굴하여 사회에 널리 알리고, 소중한 핵심 콘텐츠들을 우리 사회에 제공하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이러한 출판 편집자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때, 한국 출판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둘째, 출판 편집자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새삼스런 깨달음이다. 출판은 역사적으로 문화의 창조와 전파에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로서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존재가 바로 출판 편집자임을 이번 심사과정에서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출판 편집자들이 보여주는 실적물들이 바로 그 중요한 증거물들이었다.  

향후 한국출판 편집자상을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출판편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며, 한국이 세계 출판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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