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은박사의 몸·마음·환경살림│은종원 인제당 한의원 원장
[칼럼] 은박사의 몸·마음·환경살림│은종원 인제당 한의원 원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2.03.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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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종원 인제당 한의원 원장
은종원 인제당 한의원 원장

계절이 주는 자연의 생명현상이란 참으로 신비하다.

지난 휴일에 설봉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 젊은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다독이며 산행하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겨우내 침묵하던 저 나무들이 경칩이 지나니 온몸으로 기지개를 펴며 물을 빨아올리고 햇빛을 받아들이고 봄바람의 손길에 움직이며 이내 연초록 어린잎을 틔우다 점차 온 산을 초록빛으로 물들이리라.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는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때를 맞추어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자연은 참으로 위대하다. 그래도 겨울이 착한 것은 우리 곁에 봄을 데리고 오기 때문이란다.

오늘의 첫 번째 주제인 환경살림에 대해 짚어보자.

하늘과 땅이 자연을 낳고 자연이 인간을 낳고 인간이 풍속과 문화를 낳는다. 하늘에 일월성신의 존재가 있음에 땅에도 자연이라는 삼라만상이 존재하고 다양한 식물 동물들이 공존함에 인간도 생존을 위한 생명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엄마 품과 같고 생명의 원천인 지구환경은 어떠한가? 지난 70년간 지구생태계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하고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오존층이 파괴되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가 수시로 일어나고 바다 속 쓰레기로 해양의 산성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인류의 생존도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게 직면한 현실이다. 

우리가 남겨 버리는 음식물과 생활 쓰레기가 넘쳐나고, 편의성만 추구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들은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겨우 10% 정도이다.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매립할 경우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 매립된 일부는 바다로 떠밀려가 바다 밑의 거대쓰레기 지대에 쌓이고 미세화된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에 유입돼 결국 어패류를 섭취한 사람의 몸속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심각성에 눈을 뜬 환경 과학자들이 최근에 오랫동안 썩지 않는 석유계 플라스틱이 아닌, 6개월 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해냈다. 그것으로 가방이나 일회용 마스크를 만들고 생활 용기를 만들어 공급하는데 정말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인간과 생태계와 지구의 건강을 지켜내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높아진 건 참으로 다행이며 지구가 건강하고 자연이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하고 경제도 사회도 유지될 수가 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인공백신이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생활환경으로 확보되는 ‘생태백신’을 강조하는 이유다. 인간의 많은 병들이 자연과 괴리된 생활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잠깐씩 맨발로 흙길을 걷기만 해도 병원에서 치료되지 않던 천식 아토피 등 여러 난치병들이 호전된다고 하니 말이다. 그 과학적 근거는 우리 몸에 흐르는 3~6볼트의 양전하가 땅속의 음전하를 만나면 0볼트로 중성화되므로, 발바닥과 땅이 접지되는 순간 몸속의 활성산소들이 배출되는 항산화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두 번째 주제인 마음살림에 대해 알아보자.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관계 불화로 인해 말 못할 사연을 가슴에 품고 살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삶’이란 글자를 가만히 당겨보면 ‘사람’의 줄인 말임을 금방 알 수가 있으니, ‘삶이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 한가운데 있다’라고 볼 수 있다. 

즉, 혼자서는 나 자신의 등을 볼 수 없듯이 상대라는 사회적 거울을 통해야만 내가 모르는 나의 반쪽을 알게 되어있기 때문에 사람 간에 주고받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 관계의 방향은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으니, 나와 세상과의 외적인 관계와 나와 나 자신과의 내적인 관계가 그것이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자기 신뢰가 부족한 사람은 단 한 번의 실수에도 ‘내가 하는 꼴이 늘 그렇지’ 하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불만스럽고 무가치하다고 자신의 존재 의미마저 부정하는 ‘내부비판자’를 키운다는 게 문제다. 이들은 이럴까봐 저럴까봐 생각이 많고 ‘나만 바보같이 그렇다’는 식으로 시야가 좁아지고 자존감이 낮아져서 결국 우울장애를 앓게 된다. 

또 다른 방향은 타자와의 관계인데, 모든 갈등의 원인 제공자로 타인을 지목하고 해결의 키마저 그에게 있다고 책임 전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 그 인간 때문에 못 살겠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이들은 가슴에 억압된 분노와 울화가 맺히게 되고 결국 화병을 앓게 된다. 

해결의 키가 나한테 있을 때는 문제를 풀기가 훨씬 쉬울 건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남의 탓을 하며 자기 합리화하는 버릇이 있다. 사실 어려운 얘기일 수 있지만 ‘~까봐’와 ‘~때문에’라는 두 단어만 빼놓고 생각해도 마음에 공간이 생기고 자기 생각의 굴레에서 많이 벗어날 수가 있다. 또 완벽을 추구하는 기질의 사람들은 절대로 실수하면 안 되고 실패하면 안 되고 지적받고 비난받으면 안 된다하는 ‘절대’라는 강박사고가 마음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데, 우리는 상대적인 세상에 살고 있으므로 자신에게 스스로 ‘실수해도 부족해도 잘못되어도 괜찮아’하고 허용하는 말을 해주고 타인의 시선에 둔감해지는 마음의 근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먼저 자기용서가 있어야 자기 사랑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래도 괜찮아’라는 ‘그래도’라는 섬으로 한번 여행을 떠나보자.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이 유일하고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용기를 내어보자. 

동물들은 상대가 강하면 도망가고 상대가 만만하면 공격하는 선택을 바로바로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별로 없는 반면에, 우리 인간은 선택의 기로에 매 순간 처해 있기에 늘 긴장하고 결정 장애를 겪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체내에 지속적으로 쌓인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불면증으로, 전신통증으로, 식욕감퇴로, 의욕 저하로, 무기력증으로, 자살충동으로 등등의 마음병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럴 때 자신을 이해하는 단 한 사람만 옆에 있어도 벼랑 끝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우리는 서로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관심과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 

또한 스스로 출구전략이 필요한데 공부, 운동, 취미활동, 봉사, 명상 등 부딪쳐보며 자신에 맞는 걸 찾아보면 좋겠다. 우리가 겪는 ‘고통의 의미를 알면 더이상 고통이 아니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터널 속에 주저앉지 말고 출구가 반드시 있음을 믿고 탁 트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품고 가보자.

밝은 대낮에도 하늘의 별은 빛나고 있고 먹장구름 위에서도 태양은 비추고 있지 않은가?

도종환 시인은 노래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였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그렇다. ‘바닷물이 왜 짜냐고, 세상이 왜 이리 모순덩어리냐고, 삶이 왜 이리 고통스러우냐’고 원망하고 한탄하고 비관하기보다는 두 눈을 돌려 마실 물을 찾아보자. 눈보라와 비바람의 날도 고난의 세월도 감내하며 기어이 꽃잎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는 저 나무들의 의지를 우리도 배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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