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모자의 恨
사각모자의 恨
  • 김숙자 기자
  • 승인 2010.02.09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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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2일 (음력 12월 그믐날)은   38세에 남편을 사별하고 42년간  홀로 사시면서 어린 삼남매를 길러놓고

이제 근심걱정 다 떨치고  편안히 한번 살 만하실 연세 80세로  저하늘로 가신  어머님의 10주기 기일이다.

어머님은  젊은 시절  일본의  어느 방직공장에서  일을 하셨는데(1920년생) 이따끔 거리에서 마주치는  동경제국대학  학생들의 교복을 보면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곤  하셨다고 한다.

자랄 때도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인하여  외삼촌이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는데 딸들에게는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겨우 한글만  깨우칠수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어머니는 생전에 자신이 배우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시면서
아들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각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을 보기를 원하셨다.

시골 마을에서 자랄 때도  부잣집
아이들이  서울로 유학을 가서  교복을 입고  고향마을로 돌아와서
마을을 휘젓고 다닐 때면  그것을 늘 부러워 하셨다.

자신은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늘  대학공부를 시키고 싶어 하셨다.

그렇지만  남편을 일찍 사별하고  가난한 형편에  어린 삼남매를  
모두다 대학 공부를 다 시킬 수는 없고

  큰아들 하나만이라도  대학교육을 시켜  젊은 날의 소망도 이루고

큰아들이 잘되면  나머지 아이들의 살아가는 문제도   해결되리라고  여기셨다.
그래서 큰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하시겠다고 마음을 잡수셨는데 ..

내가 1999년 공주 대학교경영대학원을 졸업하게된다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님께서는 " 사각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 하나를 뽑아다가 내 방에 걸어놓아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돌아가시는 날까지  본인의 영정 사진과 함께  방안에서 가장 잘보이는 자리에다 큰아들의 사각모자를 쓴 사진을 놓아두고 보고 또 보고 하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여러 곳에 시험을 쳤지만  
다 실패하고 낙심하고 있던 나는
서울로 올라가서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신문배달 , 키타외판원 등의 일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서점에 수금 사원으로 도 근무를 했다 .

그러다가 사병으로 입대를 하였고  논산 훈련소에서  3사관학교에 응시하려던 첫 시도는  구비서류가 회송되는 바람에  또 실패를 하고
2번 째에야 울진에서 근무하던중에  재시도를 하여  3사관학교에 가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사관학교에 입교를 하기까지나는 모두 9번이나되는 좌절을 맛보았다.
소위로 임관을 할 때에도  보병 소대장이 되어 사병으로 근무했던 울진 고포 지역으로 다시 가서  해안 소대장을 꼭하고 싶어 했지만   그것마져도  이루어지지않고 포병 소위로 임관을  하게 되었다.

포병으로 근무하던중에도 방공포병으로 전과명령이 내려 왔는데 대대장님의  배려로 전포대장 근무를 하게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다시 유신헌법의 당위성을 교육하는 정훈장교로 전과가되어 G.O.P지역에서  일년이넘도록 정훈장교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항공장교로 전과하여  다시 항공장교가 되었다.

그러나 잦은 전속과  이사를 다니느라고  그 많던 위탁교육을 받을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  
그 대신 군에서 실시하는 많은 교육을 받게되는 행운은 있었다.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나는  처하게되는 모든 상황에서  무슨 교육이던지 배우고 말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살았다.

지금까지 내가 대학원을 두곳이나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갖추게된 것은  배움에 대한 나의 열정과  갈망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은 모두

어머님께서   유연시절 부터 지니고 계셨던  간절하신 소망 ,가난하지만
일구월심 어떤 어려움을 다 극복 해서라고  자식들을 꼭  대학교육을  시키겠다고 염원하셨던   어머님의 그
  <사각모자의 恨>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  .

-때는 바야흐로  서기 2010년 2월 12일  (음력 12월 그믐)
효자 해필  어머님 전에 삼가 고합니다.
계절이 바뀌어 어머님께서  별세 하시던 날이 다시 돌아오니
추모의 마음을 금할 수 가 없습니다.

   삼가  맑은 술과 간소한 음식을 올리오니
   강림하시어 두루 흠향 하시기를
    바라옵니다.
   효자 해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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