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철학
일의 철학
  • 김숙자 기자
  • 승인 2009.09.2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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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남보다 일을 적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남보다 일을 적게 하는 사람조차 “일터에서 일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가 일을 많이 하는데 비해서 남들은 일을 너무 조금 한다는 불만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일은 즐거운 것인가?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 죽지 못해서 하는 것인가?”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대해서 우리가 꼭 답을 해야 할 경우, 일의 철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은 한없이 즐거운 것이다. 일 말고 다른 즐거움이 또 어디 있으랴?”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일에 대하여 긍정적이며 삶을 즐기며 사는 사람으로 보여 진다.

반대의 대답은 또 어떤가?“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구. 그 이상 더 한다고 해서 누가 월급 더 많이 줄 것도 아니잖아?”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오직 일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노동기피증 환자라는 비난을 들어야 한다. 시키는 쪽에서 보면 덜 하는 것 같기만 하고, 하는 쪽에서 보면 부당하게 더 하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이 일이다. 그래서 시키는 쪽이나 하는 쪽이나 가릴 것 없이 우리가 일의 철학에 관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일에는 반드시 일다운 즐거움이 따른다. 일의 신성함을 따지기 전에 그 즐거움부터 얘기하는 편이 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겐 설득력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일에 대한 사고방식은 어떤가? 일을 죽어라 하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스포츠나 레저나 취미생활처럼 즐겁게 받아들이며 하는 것이라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에서 직원들 대부분이 그랬다. 월급이 따라 붙으니까 하지, 안 그러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은 노는 것만큼 즐겁지는 않다는 얘기다. 일과 노는 것을 비교할 수 있는 정도라면 일과 노는 것을 일치시키거나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흔히 일의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아주 적극적인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복서 레너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두뇌파 복서, 또는 천재 복서로 알려진 레너드는 세계 챔피언이 되었을 때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시합하듯이 연습을 하고 연습하듯이 시합을 한다.”어떻게 보면 이 말은 아주 아이러니컬하게도 들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말장난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그는 복서로서는 드물게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합하듯이 진지하게 연습하고, 연습하듯이 진지하게 시합에 임함으로써 그는 결국 자기 세계에서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싶다.

우리 농협직원은 레너드와 같은 철학 하나를 가지면 안 되는가? 노는 것을 즐기는 것만큼 일을 즐긴다면 우리는 얼마나 일에 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 우리가 소속한 농협이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 또 그 결과 우리농협이 소속된 농촌은 얼마나 번영할 것인가?

그보다 먼저, 우리가 놀듯이 일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아내,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의 가정은 얼마나 윤택하고 찬란하게 빛날 것인가? 일을 싫어해서는 안 된다. 긴장을 풀어헤치고 놀듯이 일에 임하자. 놀기를 일하듯이 하자. 그렇게 5년이고 10년이고 뛰면 반드시 화려한 결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뭐라던 일은 즐거울 수 없다는 농협인이 있다면, 그는 매 맞는 게 직업인 복서보다 저 아래 한참이나 뒤떨어진 인간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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