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 전봇대(전주)가 옮겨진다
교문 앞 전봇대(전주)가 옮겨진다
  • 김숙자 기자
  • 승인 2008.12.04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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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중학교 송병권 교장

학교의 교문 앞에 그것도 아주 근접해서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가 어떻게 세워졌을까. 하나도 아닌 두개씩이나 덩치가 큰 전주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흔히 교문은 학교의 얼굴이고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곳이기에 어느 학교에서나 정성을 들여 갈고 닦아서 훤칠하게 꾸며 놓는 관문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하필이면 학교전용의 고압전주라고 해서 교문 앞이 제일 좋은 자리라고 점지하였단 말인가.
교문 앞의 전주가 눈에 가시요 볼썽사나운 것은 둘째치고라도 학생들의 등·하교시에 위험은 어디로 팽개쳤단 말인지요.

이천 송정중학교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반겨 만나야 하는 것이 교문이어야 하는데 좁아터진 교문 앞에 마치 학교를 지켜주는 장승인냥 고압전주를 우뚝 세웠으니 보면 볼수록 인상을 찡그리게 합니다. 그 위험천만한 고압전주가 개교한지 7년씩이나 흘렀는데도 원망과 미움도 사지 않고 지금까지 기세 좋게 버티고 있었으니 대단하다 말고요.

그렇게 흘러가던 어느 날 교문 앞 고압전주가 이제는 정말로 제대로 된 자리를 잡아 주어야 될 때가 왔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천시에서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교통의 편리를 위해 송정동과 관고동간에 2차선 도로가 개설되는 공사가 진행되었지요. 여러 해 동안 끄떡없이 교문 앞에 자리 잡고 있던 붙박이 고압전주가 마침내 억지춘향 격으로 옮겨질 운명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누구하나 전주를 옮겨야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아니 생각은 했겠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상대라서 아마도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라고 해야 될 것입니다. 그래도 만시지탄이라지만 필요성을 역설하였더니 주변에서는 무슨 신주단지나 된다고 골때리는 것을 만지작거리느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때가 아니면 아주 영원히 손 댈 수가 없게 단단히 굳어져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불현듯 현대건설 명예회장이던 고 정주영 씨의 아주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말인즉 “한번 해보기나 했냐”가  떠올랐습니다. 시작도 해보지 않고서는 어떤 웅변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엇보다도 나약함이 앞을 가리었습니다.

애당초 도로개설의 시행청에서 소홀히 했다면 이제라도 중차대하니 설계를 변경시켜 달라고 주문이라도 해보아야 되고 또 시작했으니 좋은 결실을 얻도록 힘이나 써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전주가 일상생활에서 지극히 유용한 가교 역을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인들 모를 리 없을 터이고 더구나 학교의 전용 전주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러나 학생의 안전과 교통의 장해가 대단하다면 당연히 자리를 옮겨주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설비용이 얼마인지 모르지만요. 그런 일예로 얼마 전 신문지상에 떠들 썩 했잖아요.

대불공단의 도로가에 세워진 전주가 물류차량의 이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고 아우성을 쳐서 급기야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결이 되었다잖아요. 이번 건도 실제로 도로 개설의 시행청에서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이 되었더라면 아주 식은 죽 먹기였는데 말입니다.

지난번 도로가에 방음벽 설치를 연장 요청할 때 전주이설도 함께 했어야 되었나 봅니다. 도로가 이렇게 생겨먹을 줄을 누가 알앗겠는가! 그러나 아쉽다면 문제를 제기하였을 때 곧바로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여러 날에 걸쳐서 힘들어 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시원스런 말 한마디로 일거에 해결을 바랐는데… 그동안 말도 말지어다. 이제야 얼추 끝내기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으리라. 교육환경 개선과 학생의 안전을 위해서 헐레벌떡 달렸습니다. 늦어지면 영원히 후회할 것 같아서요. 교육환경의 백년대계가 이런 것이 아니고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제 교문 앞 흉물스럽던 고압전주가 이사 가고 나면 교문이 환하게 웃게 되었잖아요. 교문 왈 소원을 들어주느라고 여러 날 애쓰신 분들, 특히 도로개설의 시행청에 정말로 고맙다고 두고 두고 말할 것입니다.
                         icbong@hanmail.net 설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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