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잔치, 시의원들 반성해야 한다
주인없는 잔치, 시의원들 반성해야 한다
  • 임정후 기자
  • 승인 2008.04.17 0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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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봄이다. 농부들은 들녘에서 땅을 갈아 엎고 새 싹을 뿌리며 본격적으로 새 해의 농사일을 시작했다. 산과 들에는 온갖 꽃들이 피워서 보는 이들의 가슴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언제 피었나 싶게 벌써 지는 꽃들도 있어 새로 피는 꽃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봄날의 만감이 교차하게 한다. 피는 꽃이 있으면 지는 꽃이 있고, 지는 꽃이 있으면 피는 꽃이 있다. 겨울이 있었기에 더욱 눈부신 봄날의 꽃잔치인 것이다.
  자연은 이렇듯 지난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주고 있건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아직도 묵은 때를 벗지 못하고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이천시에는 세계 해외 한인무역인협회 제10차 세계대표자회의 및 수출상담회가 열리고 있고, 2008년도 경기도 기능경기대회도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천시의회 의원들이 주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시의원들은 마치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해외 연수를 떠났다. 지난 총선 시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한바탕 물의를 일으키더니,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역의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해외로 빠져 나간 모습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시의원들이 이천시의 현안 사업인 패션물류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나간 시찰이라고 순수하게 봐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일정이 왜 꼭 이 시기였냐는 것은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시의원들이 중요한 지역 행사의 일정을 모르고 갔어도 문제이지만, 알고 갔다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외부에서 중요한 손님들이 찾아오는 지역 행사를 앞두고 시의원들이 단체로 해외 연수를 떠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총선에서 정치인들을 극도로 불신하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한 말로 ‘정치인들은 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극도의 불신감은 사상 최저치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총선에서 유권자의 54%가 투표를 포기하게 만든 일차적 책임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인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으로 지역과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유권자의 과반수도 안 되는 투표율 속에서 당선되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실제로 자신을 지지한 사람이 전체 유권자의 20%도 안 된다는 현실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는 참된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세상에 널려 있는 흔한 정치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지방선거 투표율도 갈수록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울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야말로 지방선거 무용론이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때 중앙 정부의 독재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출발했던 지방자치가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며 막을 내릴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그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지방선거의 최고 수혜자인 시의원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의원들의 방만한 예산 집행과 관광성 해외 연수가 물의를 빚은 경우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대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먼저 시의원들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하는 정치인으로 남느냐, 아니면 호시탐탐 출세의 길만 노리는 정치꾼으로 전락하느냐의 문제를 성찰해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실 시의원들이 앞으로 갈수록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투표율을 따지며 정책보다는 특정 세력의 고정표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도 할 말이 없다. 굳이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의 눈치까지 살필 필요가 있느냐며 뻔뻔스러운 행태를 보여도 달리 할 말이 없다. 그것은 자신의 주권을 우습게 여긴 유권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권을 포기한 불특정 다수인 유권자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그래도 믿고 지지표를 찍어준 소수의 유권자의 입장에서라도 그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의원 스스로가 지역의 공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힘들게 지지표를 던져준 유권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피었던 꽃은 반드시 지기 마련이듯이 시의원으로서 누렸던 지위와 권위도 한 순간일 뿐이다. 나중에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지역주민들한테라도 자랑스런 정치인으로 남느냐, 아니면 한낱 자기 잇속만 챙긴 정치꾼으로 지탄을 받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에 달려 있는 것이다.  
  부디 시의원들의 이번 해외 연수가 현재 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큰 행사에 불참해서 잃은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가져오길 바란다. 산업시찰 명목으로 1인당 140만 원이라는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충분한 성과를 가져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만약 그만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그때는 진정으로 자신을 뽑아준 지역 주민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시의원의 본분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까지 뽑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정후 기자 skskad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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