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거복철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전거복철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 김숙자 기자
  • 승인 2008.01.14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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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억장이 무너진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소식을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 것인가? 누구에게 화풀이를 해야 할 것인가? 옆에서 보고 있는 이의 사람의 가슴도 이렇게 아픈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가슴이야 얼마나 아프겠는가? 냉동창고 화재참사로 애간장이 시커멓게 타버렸을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부디 영혼들이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뒤로 하고 좋은 세상으로 가기를 두 손 모아 빌어 본다.
  전거복철(前車覆轍)이라는 말이 있다. 새해 벽두에 들이닥친 재앙을 보며 우리가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이 말은 앞의 수레가 뒤집힌 바퀴자국은 뒤의 수레한테 좋은 교훈이 된다는 뜻으로 앞의 잘못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화재참사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총체적인 인재(人災)라는 말이 지배적이다. 지하냉동 창고는 처음부터 탈출구가 부족했고, 화재가 되면 작동해야 할 스프링클러도 모양만 갖추고 있었지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데도 소방점검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냉동창고에는 냉매재인 프레온가스나 단열재인 우레탄폼 등 인화성 화학 물질이 산재해 있는데, 이에 따른 안전교육이 전무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그곳에서 용접기와 산소통마저 발견되었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의 일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화재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공장관리자들에게 있다. 충분히 화재에 대비했어야 하는데,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재앙을 더욱 크게 만든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공장관리자들에게 돌릴 수만은 없다. 겨울철이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불조심을 강조하면서 정작 소방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얼마나 세웠는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앞에 뒤집힌 수레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다가 계속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꼴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화재참사는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해 11월에 있었던 CJ화재사고 현장에서 순국한 고 윤재희 소방관을 숭고한 뜻을 벌써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준다. 그 당시 우리는 고 윤재희 소방관의 희생을 통해서 화재진압에 나서야 하는 소방관원들의 열악한 환경에 얼마나 놀랐던가? 화재와 업무는 늘어나는데 소방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얼마나 목소리를 높였던가?
  그런데 이번 화재참사 현장에서 소방 관계 당국이 보여 주었던 모습은 그때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인력이 태부족한 것은 물론이요, 화재시에 발생하는 유독 가스에 대비한 보호장구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속수무책이었던 것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나마 또 다른 소방관의 희생이 따르지 않은 것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처지가 아니었던가?  
  따라서 이번만은 전거복철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화재 사고에 대비한 소방관계 당국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소방인력이 부족하면 이번 기회에 더욱 목소리를 내서 소방인력을 보충해야만 하고, 보호장구가 부족하다면 예산을 늘려서라도 시급하게 최신식 보호장구를 갖추어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소방관리를 철저히 해서 두 번 다시는 이런 후진국형 화재사고는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데 주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시민들의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다. 화재 현장에 나타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볼 때 그나마 재앙 속에 피어오르는 희망을 볼 수 있다. 다시 한번 불시에 들이닥친 참사로 인해 고통을 겪는 유족들에게 머리를 숙여 조의를 표한다. 더불어 고통 겪고 있는 유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시민들에게는 뜨거운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icbong@hanmail.net 설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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