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대양횟집 허양호 대표
인터뷰│오대양횟집 허양호 대표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7.06.12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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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리동 골목길의 작은 변화가 주는 울림
 ‘시가 있는 골목길’로 시민들에게 행복 전해

 

 

    시가 있는 골목길
                                              이인환
 꽃이 피었습니다 활짝
 그 옛날 순이 철이 동무들 술레잡기
 앞옆뒷집 너나들이 울려 퍼지던
 골목골목 정겨운 웃음소리
 화알짝 화알짝
 꽃으로 피었습니다

 

중리동 골목길의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천성당 골목길에 있는 오대양횟집과 엘리트교복 건물 벽에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시화들이 수십여 편 걸려 있다.

오대양횟집 건물 벽에 시화의 시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정말 참신하다. 시화전이라고 하면 행사장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나 보았지 이렇게 골목길에서 보게 될 줄 알았을까? 유동 인구가 많은 이천성당 골목길이라 입소문으로 일부러 찾아 시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 가는 시민들이 생겼을 정도라 한다. 시가 있는 골목길,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중리동 골목길을 시가 있는 골목길로 가꾸기 시작한 오대양횟집 허양호(61세) 대표를 만났다. 첫눈에 봐도 시를 좋아할 것 같은 인상 좋은 모습으로 맞이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떠올리셨나요?”

“시를 좋아하는 집사람이 먼저 제안을 하더군요. 골목길에 시가 있으면 좋겠다며.”

그러자 옆에서 인상 좋으신 사모님이 부끄럽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는다.

“저는 남편이 좋아할 것 같아 제안해 본 것뿐이예요. 모든 일은 남편이 한 것이죠. 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어요”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사모님도 시를 좋아하지만, 그만큼 허 대표도 이천남초등학교 운영위원장과 도서관장을 지냈고, 어려서부터 시와 문학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점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리동 주민자치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천을 어떻게 하면 문화도시로 가꿔나갈지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시라도 책꽂이에 꽂혀만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저는 시민들이 골목길을 걸어가다 가슴에 와 닿는 시어 하나를 만나 무심코 가슴에 새기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정신건강을 치유하는 효과를 얻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마침 존경하는 동요작가이신 윤석구 회장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 모든 것은 윤석구 회장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허 대표는 마침 자리를 함께 한 한국동요문화협회 윤석구(78세) 회장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이천에서 오랫동안 동요보급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윤석구 회장은 그 말을 듣자마자 쑥스럽다는 듯이 허허 웃으며 대꾸하신다.

“허허, 사람 옆에 앉혀 놓고 무안하게 왜 이러시나? 취지가 좋고 뜻이 좋으니까 함께 하기로 한 거지. 마침 지역에서 오랫동안 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함께 해주신다고 하니까 선뜻 시작한 것이고. 통영에 동피랑 벽화 마을도 그렇고, 강릉의 커피 거리도 그렇고, 이천에도 이와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가 있는 골목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툰 것이 많다고 한다. 시화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보았고, 마침 시의 관계자들이 취지에 동의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초보 단계라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지금은 우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자발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점차 자리를 잡고 모든 일이 원만하게 진행될 정도가 되면 그때는 조금이라도 도와준다면 정말 감사하게 받을 거라고 한다.

“아직은 초보라 어설프네요. 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다행히 지역에서 시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로 하니까 더 좋아질 것이라 믿어요. 이왕이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월요일에 모여 공부하는 이들이 함께 하니 얼마나 좋아요?”

 

시가 있는 골목길은 허양호 대표와 윤석구 회장이 먼저 시작했고, 매주 월요일에 ‘소통과 힐링의 시창작교실’(문의전화 010-2538-8468)을 통해 함께 시창작 공부하는 지역 문인들이 함께 한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하며 문화도시 이천을 만들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고 있다.

 

   살아 보니
 
                윤석구(동요작가)
  아름다운
 꽃도
 홀로
 피어 있으면
 외롭더라.

 

“이천에도 훌륭한 시인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이들과 함께 하며 골목길에서 시낭송도 하고, 시인 초청강연도 하면서 문화의 거리를 만들다 보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정서를 자극하는 시를 만나 무심코 마음의 감흥을 얻어 가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늘도 어떤 분이 시를 읽어가며 사진까지 찍어가는 모습을 보고 큰 희망을 봤습니다”

허양호 대표는 매일 골목길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면 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중리동 골목길의 작은 변신,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시가 있는 골목길’이 뜻있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중리동 골목길의 작은 변신이 성공한다면 그것이 곧 문화도시 이천 건설을 꿈꾸는 지역 주민 모두의 소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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