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시의향기(225)-한영옥'6월, 가뜩하여라'
[연재]시의향기(225)-한영옥'6월, 가뜩하여라'
  • 안진아 기자
  • 승인 2006.05.30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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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계시던 당신들
우르르 오신다.

은사시나무에게 오시는
은사시의 당신,

자작나무에게 오시는
자작의 당신,

미루나무에게 오시는
미루의 당신,

옷깃 느슨히 오시는 당신들게
안기는 소리, 살폿 살폿

은사시, 자작, 미루들이 우르르
깨어나는 참 소리, 참 바람

가뜩하여라
좋은 바람, 6월.


한영옥(1950∼ )'6월, 가뜩하여라'(『아늑한 얼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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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영순 시인은 단아하고 일상적이면서도 근엄한 정조(情調)가 내밀하게 배어 나오는 시를 쓰고 있다. 시인은 6월의 풍경을 은사시나무, 자작나무, 미루나무 등이 제각기의 빛을 뿜어내며 "우르르" 몰려오듯 온다고 말한다. "우르르"는 6월의 싱그러운 박동의 감각적 표현이다. 그러나 6월은 제각기 몰려오되 또 "참 소리 참 바람"으로 서로 어우러지면서 온다. 6월의 실체는 곧 "멀리 계시던 당신들"의 생생한 심장 박동이며 숨결의 어우러짐인 것이다. 2006년 5·31 지방선거 후 우리의 삶을 이끌어줄 지도자들의 실체 또한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참 소리 참 바람"이었으면 좋겠다. / 신배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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