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김숙자 전무이사
  • 승인 2006.05.23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교훈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요즈음 젊은 사람들에게는 크게 좋아하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옛 것을 알아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일 지도 모른다. 특히 과거를 부인하려고 하면 온고이지신은 무언가 족쇄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먼저 공자가 말한 원문 내용을 살펴보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이위사의(可以僞師矣) : 이미 배운 내용을 잘 익히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알아간다면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공자는 남을 가르치는 스승의 조건으로서 溫故而知新을 강조하고 있다. 옛 것을 읽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자세가 가르치는 사람의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생님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학문하는 사람에게 溫故而知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우리가 논문을 쓰거나 연구를 할 때 일차적으로 하는 일이 선행연구에 대한 분석이 아닌가. 자신의 연구 분야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아야 그 다음단계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溫故而知新의 자세는 선생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농경시대에는 스승이 가르치는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누가 스승인가. 사실 모두가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뒤좇아 가기에도 바쁘다. 한 분야를 깊게 알아야 할뿐만 아니라 관련지식도 습득해 나가야 한다. 최근 학계에서 인접 학문 간의 교류를 중시하는 학제적 접근이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지식정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지식공유이다. 지식경영에 성공하려면 지식이 공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지식사회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그 공유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렇다. 지식사회의 핵심은 창의력에 있다. 그런데 그 창의력이란 게 지식공유를 통한 협조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협조적인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지식공유가 필수조건이 되는 이유이다. 자신의 지식에다 남이 가진 지식을 활용하여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독불장군이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지식사회에서 溫故而知新이 가능하려면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 지식공유를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알 수가 없다. 지식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지식을 주는 사람은 모두가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지식을 제공해 주는 사람은 나이나 직위나 학벌에 상관없이 스승으로 간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여길 때 지식이 향상될 수 있다. 또 이러한 자세는 지식사회를 살아가는 확실한 지혜이자 안전판이 될 것이다.

溫故而知新은 개혁과 혁신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개념이다. 지금까지 혁신을 그토록 많이 부르짖었건만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혁신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혁신이란 기존 틀을 바꾸는 작업이다. 업무혁신은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자신의 업무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개발할 때 가능해진다. 옛 것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을 때 혁신은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혀 용두사미로 끝나기 쉽다. 혁신을 가슴으로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혁신은 머리로 할 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냉철한 두뇌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열정을 가지고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뜨거운 가슴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溫故而知新이 될 때 통합과 융합의 에너지가 발산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흑백논리는 듣기엔 명쾌하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문제를 칼로 무우 자르듯 명쾌하게 할 수는 없는 법. 중요한 의사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한 번 결정된 사항을 소신껏 밀고 가려면 溫故而知新의 자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수 있다. 溫故而知新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를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溫故而知新의 정신은 젊은 세대에게는 옛 것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그리고 기성세대에게는 새 것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요구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인간개발연구원 양병무원장님의 글중에서 보내드립니다.김숙자 기자 icksja@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