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시의향기(221)-곽재구'앵두꽃이 피면'
[연재]시의향기(221)-곽재구'앵두꽃이 피면'
  • 김숙자 전무이사
  • 승인 2006.05.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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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꽃이 피면
가시내야
북한 가시내야
너에게 첫 입맞춤을 주랴
햇살도 곱디고운
조선 청보리 햇살 거두어다
바람도 실하디실한
남도 산머루 바람 거두어다
너의 속살 고운 치마폭에 널어놓고
돌산머리 애장터
아메리카나 소비에트나
팔푼 얼간패 좀 보라고
앵두꽃이 피면
가시내야
북한 가시내야
너에게 오천 년 조선 머스마의
까치동 첫사랑을 주랴.



곽재구(1954~ )‘앵두꽃이 피면’(<서울 세노야>,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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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는 통일에 대한 염원이 아름다운 시어와 비유를 통하여 잘 드러나 있다. 시 속의 북한과 남한을 “가시내”와 “머스마”로 환치시킨 일은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의 “아사달과 아사녀”와 흡사하지만, 화자는 북한을 “가시내”로 남한을 “머스마”에 비유하면서 둘 사이의 아름다운 결합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다. “햇살도 곱디고운 / 조선 청보리 햇살 거두어다 / 바람도 실하디실한 / 남도 산머루 바람 거두어다” “너에게 첫 입맞춤”을 하고 싶은 “조선 머스마의” “첫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금강산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인 윤이상 타계 10주기를 맞아 ‘윤이상음악회’가 금강산 온정각에 자리잡은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는 ‘윤이상’이라는 이름으로 남북이 하나가 된 모습이다. 꽃이 피고 새와 나비들과 벌떼들이 한창인 이즈음, 앵두꽃도 피고 남북은 하나가 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지역과 학연과 당파로 갈라서 분열과 갈등의 파열음만 내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 신배섭■시인
                김숙자 기자 icks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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