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시의향기(220)-신배섭'어느 교사의 기도'
[연재]시의향기(220)-신배섭'어느 교사의 기도'
  • 김숙자 전무이사
  • 승인 2006.05.22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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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하늘은 맑고 다람쥐와 청설모가
함께 뛰노는 등굣길,
오늘도 돌 한 개 풀 한 포기조차 기도하듯
고요하게 두 손 모으는 그 길을 걷습니다.

하늘빛 흠뻑 물든 플라타너스를 지나
잣나무 무성하게 뿌리내린 그 길을 걸으면,
5월처럼 깨끗한 햇살이 곱게 들이치는 교실에
시(詩)처럼 고운 눈망울이 옹기종기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 마흔이 넘도록 문학을 이야기하는
나의 키는 언제부턴가 점점 작아지기만 합니다.
까닭 없이 죄스런 마음 일렁입니다.

“부끄럽도록 하늘이 깨끗한 날에는
두 손 모아 기도하게 해 주소서.
고운 눈망울들 꼭 끌어안아 사랑하게 하소서.
따뜻한 가슴으로 아름드리 나무 같은 교사가 되게 해주소서.“


신배섭(1964~ )'어느 교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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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인격과 지식 교육의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21세기는 삶의 환경과 인간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현실은 교사의 역할에 대해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삶의 지혜와 삶의 방식을 효과적으로 계발시켜주는 것이 교사의 기본 임무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광복 직후 '여성이 깨어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사재를 출연해 경기도 이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설립하신 고 김동옥 목사님께서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고인께서는 1939년 중앙신학대학를 졸업하고 1940년 감리교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1943년 초등교육과정인 ‘욱학원(旭學院)’을 설립해 극빈아동 교육에 앞장섰고, 광복 이전까지 항일투쟁단체인 백민회(白民會) 활동을 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또한 고인께서는 교육자와 학생들에게 늘 기독교 정신의 실천과 양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으며, 30억원을 출연해 '정암장학회'를 설립하였다. 그렇게 60년을 교육계에 헌신하셨던 고인께서는 이제 "아름드리 나무"로 "시(詩)처럼 고운 눈망울"들을 생각하시며 이 땅의 바른 교육이 자리잡을 때까지 "고요하게 두 손 모으"며 기도하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 / 신배섭. 시인
        김숙자 기자 icks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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