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시의향기(219)-조지훈'고풍의상'
[연재]시의향기(219)-조지훈'고풍의상'
  • 김숙자 전무이사
  • 승인 2006.05.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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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風磬)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 저고리
호장 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도라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추운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춰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를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이냥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지어다.


조지훈(1920~1968)‘고풍의상’(<문장> 3호,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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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한복의 우아함과 이를 통해 표현되는 춤사위의 그윽함을 보여 줌으로써 한 폭의 미인도(美人圖)와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소재인 한옥,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고전적인 미(美)만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우리 것에 대한 그리움과 서글픔 등이 작품의 내면에 담겨 있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에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로 화자는 고풍 의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취감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 아름다움은 비단 한옥과 한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천에서는 4월 21일부터 제20회 이천도자기축제를 개최하며, 특히 이천 도자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자 <이천 도자기의 문을 연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고 한다. 부디 전시회에 오는 모든 분들이 우리나라 도자기에 담겨 있는 아름다움과 심오한 전통 문화의 정신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도록 빈틈없는 준비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 신배섭■시인
                김숙자 기자 icks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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