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밥을 보면서
한 그릇의 밥을 보면서
  • 김숙자
  • 승인 2005.11.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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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은 한 그릇의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야말로 초근목피로 연명했다
어렸을 때 기억이다. 우리 집에   관청에 있는 귀한 손님이 왔었다. 절구통에다 벼를 찧어서 하얀 쌀밥을 지어 주었다. 손님이 밥을 먹는 것을 지켜본 우리형제는 입맛을 다시면서 쌀밥을 남겨주기를 기다렸다. 손님이 다먹어버린 것을 보고 “아이 구 다 먹었네” 한숨을 쉬었다. 한 그릇의 밥을 먹을 수 있는 보리 고개를 넘긴지도 기억이 나는 지난날이다.
동학혁명의 해월 최시형이 이런 말을 했다. “밥 한 그릇의 연유를 알면 세상의 이치를 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가 신고 다니는 신발처럼 매우 익숙한 것이 하나 있다. 매일 밥상 위에 놓이는 밥 한 그릇이다 .우리는 그것을 먹고 살아간다.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보고 또 먹는다. 정말 축복받은 민족이다. 아직도 북한에는 1년에 영양실조로 4만 명이 밥 한 그릇을 못 먹어 죽어갈 뿐 아니라 100만 명이 밥 한 그릇을 못 먹어 죽어갈 실정이라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1년에 600만 명이 밥 한 그릇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이 세상 여러 곳에서는 아직도 밥 한 그릇이 비어 있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10억의 인구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으며 , 세계인구의 4분의 1이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
쌀 개방 반대투쟁을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귀한 쌀을 길에다 뿌리며 볏 가마를 태우면서 데모하는 모습엔 가슴이 아프고 하늘에 죄를 짓는 것 같은 생각이다 .그 방법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농민의 땀과 눈물, 그리고 그의 일생의 애환이 담겨 있는 쌀을 태우는 것은 잘못이다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하나님의 축복과  생산자의  수고를 알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밥 한 그릇을  보고 느끼는 상상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밥 한 그릇을 예술적 대상으로 보지 못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 밥  한 그릇의 의미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신학적인 문제이며, 그 결과 사람들의 삶이 바른 목적을 갖지 못한다는  인간적, 윤리저인 문제다.
우리는 결국 밥이란 것을 중심으로 서로 얽혀 살고 있는데, 밥을 통해서 연결된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들은  각각 밥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 물론 여기서 “밥”이란 단어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인간은 누구든지 결국 이 밥에 의존해서 살아가게 되여 있다. 그러므로 밥을 먹어야만 살아가는  인간의 생명이란 소중한  영적인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
다시 표현하면 밥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도록 하나님이 농부 룰 통해 주신 것이란 진리, 즉 밥은 거룩한 것임을 밥을 보면서 깨달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진리이다.
우리가 밥을 보면서 해야 할 두 번째 질문이 있다. 밥을 통해 생명을 얻어서 산다면, 우리는 이 생명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것이다. 밥을 먹고 살게 되였다면, 그렇게 살게 된 생명이 어떻게 밥값을 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가라는 말이다.  먹고 죽다면 ‘먹을 식(食)자에 죽을 사(死) 자, 즉  “먹고 죽는 것”이 된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밥을 먹으면서 현재를 살뿐 아니라 ,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식사는 “먹을 식(食)” 자에 생각할 사 (思)자, 즉 먹으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된다. 그냥 우스개처럼 지나갈 말이 아니다.식사(食事)는 식사(食死)가 아니라 식사(食思)가 되여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주어진 밥을 먹으면서 꿈꾸는 내일이 있는가? 이 밥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삶의  확고한 목표가 있는가?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먹는 사람과 배가 고파서 먹지만 목적을 가지고 먹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 밥값을 하며 살자는 것이다. 우리는  한 그릇의 밥을 바라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밥을 먹으면서 내일을 보고 삶의 목적과 이유를 아는 사람이 되여야 한다.


                                       기독교 직장선교 협의회장 박 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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