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 인터뷰/ 중국 한국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하얀 정장차림의 유창한 한국어로 신향춘씨가 인사를 했다. 2001년 한국남편과 결혼으로 처음 한국에 와서 올 해로 13년차 주부인 신씨는 중국 연변이 고향인 조선족이다. 연변조선족 자치구에서 생활하며 집에서는 부모님이 조선어를 사용했지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한족학교를 다녀서 조선어는 듣는 말, 중국어는 말하고, 듣고, 쓰는 말이었다.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한글을 배웠고, 연변의 조선어와는 억양이 많이 다른 한국말을 새로 배웠다.
“말도, 음식도, 문화도 고향과는 많이 달랐는데, 사람들은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한국문화와 다 같다고 착각했어요. 그래서 언어, 제사문화, 한국음식 등 제가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부분을 아주 이상하게 바라보았죠” 신씨는 조선족을 ‘깍두기’라고 표현하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시댁이 전라남도 전주여서, 처음에는 식구들의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가족들도 다른 문화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요즘은 제사상에 중국음식도 한 가지 올리라고 농담을 한다.
신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아이가 생겨서 한국에 더욱 빨리 적응해 갔다고 한다. 아이가 생겨서 외로움도 사라졌고, 아이가 자라면서 언어와 문화를 함께 배웠다. 첫 딸에 이어 둘째, 셋째 딸들이 태어났고 아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가정도 더욱 화목해 졌다. 종갓집 막내아들로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고 관여하지 않던 남편도 아이들이 많아지자 집 정리도 돕기 시작했고, 시어머니도 아이들 키우며 고생한다고 김치도 담아 주시고 마늘을 찧어 냉동시켜 보내주신다. 당신이 아들 넷, 딸 다섯을 두었지만, 열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며 며느리를 예뻐하신다. 자신도 딸 셋 중 막내딸인, 신씨는 건강하고 곱게 자라주는 지나(12), 지현(8), 지수(6) 세 자매가 복덩어리라며 자랑했다.
첫째와 둘째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밝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고맙지만 간혹 “다문화가정”이라며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시선에 속상할 때도 있다. 아이들끼리는 순수하게 어울리는데, 오히려 일부 교사, 학부모들이 마치 다문화가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너 다문화라며?”, “다문화랑 놀지마, 지저분해” 등 편견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아이들은 편을 가르기 시작했다. 신씨는 딸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하고, 선생님들을 찾아 상담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고, 딸들은 또래 친구들과 중국어를 함께 배우고, 한자실력을 수준급으로 키우며 다문화가정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대학 때 영문과를 전공했던 신씨는 언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이어가 방통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처음 세 딸의 중국어교육을 위해 개설했던 어린이중국어 반을 통해 가르치는 일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느꼈고, 교육청에 개인교습소로 등록해서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어를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교수법을 개발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중이다. 세 딸 모두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엄마표 교육으로 가르치며, 그녀 자신도 딸들과 함께 꿈을 향해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