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오주영
  • 승인 2013.03.25 17:2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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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 교수와 함께 떠난 나무 여행기

 

지난 19일 이천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제152회 평생아카데미에서는 ‘나무대변인’ 고규홍 교수의 나무 여행이 펼쳐졌다. 그는 전남 장흥의 토종 후박나무를 첫 목적지로 관객들을 안내했는데, 흡사 한 그루의 나무 같이 보이는 세 그루의 나무가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생존의 공간을 나누는 풍경을 설명했다.

고 교수는 식물들의 삶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는 법이 없다며, 지리산 둘레길의 600살 소나무를 소개하였다. 폭 4m, 너비를 짐작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너럭바위에 자라며 한편으로 바위를 가르고, 또 한편으로는 완전히 갈라지지 않게 뿌리로 바위를 감싸 안으며 성장하는 나무를 바라보며 고 교수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나무와 바위의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어 고 교수는 나무 감상법을 소개하며, 옛 선비들은 매화를 감상할 때 문향(聞香)이라 하며 “향을 듣는다”고했다. 대나무는 바람에 댓잎 스치는 소리를 들을 때,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상쾌한, 삽상(颯爽)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바둑판을 만들 때 쓰이는 비자나무는 품에 끌어안아 나무의 따뜻하고 푹신한 촉감을 느껴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나무 감상법은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며 그 속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나무여행에는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 등장했는데, 경북 상주 한 마을의 400살 된 느티나무 한 쌍과 그 나무들을 지켜내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눈물겨운 투쟁 이야기에 관객들은 감동 속에 갈채를 보냈다. 그가 전남 소록도에서 만난 솔송나무는 본래의 특성이 사라질 정도로 사람의 손질이 느껴졌는데, 그 이면에 소록도에 사는 나병환자 주민들이 외로움을 달래는 유일한 벗이었음을 깨달았다며 자신의 가슴 찡했던 순간도 나누었다.

강연시간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쉴 틈 없이 떠났던 나무여행은 최종 목적지인 이천에 도착했다. 고 교수는 백사면의 반룡송의 범상치 않은 자태에 감탄하고, 과거 중국과의 교류를 엿볼 수 있는 백송과 그 유래에 대한 호기심을 관객들에게 던져 주었다. 이어서, 작은 꽃망울 속에 우주를 품었다가 아름다움을 터뜨리는 산수유 나무를 소개하며, 곧 시작될 산수유 꽃의 향연에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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