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X, 탈북자 O 제대로 알고 쓰자
새터민 X, 탈북자 O 제대로 알고 쓰자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2.08.20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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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北韓離脫住民)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서 이탈한 주민을 가리킨다. 흔히 ‘탈북자(脫北者)’ 혹은 ‘새터민’이라고 부르는데, 이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주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나 현재 우리정부가 외국의 탈북자들까지 아우르지 못하는 관계로 2008년 11월 통일부는 가급적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많은 이들이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제는 낱말의 의미가 북한을 이탈한 주민을 포괄하는 용어인 북한이탈주민 혹은 탈북자로 정정하여 말해야 한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2012년 5월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2만 3700여명으로써 남한인구의 0.04%, 북한인구의 0.1%에 해당한다.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해진 1990년대 중반 이후 유입이 급격히 늘어 2006년 이후에는 연간 2000명을 넘겼고, 꾸준히 늘어 오늘날 2만명이 넘기에 이르렀으며, 머지않아 탈북자 3만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인식 속에서 이들은 소수그룹으로 대해지고 있다. 실 예로 2만여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우리는 실생활에서 이들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고 이따금 신문이나 방송에서 탈북단체의 활동상이나 몇몇 탈북자 출신의 연예인 정도만 접한다. 그래서인지 일반 국민들에게 탈북자들의 인식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한국인 1,200명을 대상으로 ‘탈북자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0%에 이르는 사람들이 ‘친근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결혼 상대자 혹은 동업자로 꺼려진다’는 응답이 각각 50%, 40% 가까이 되었다. 이처럼 겪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막연한 거리감과 편견 때문에 남한사회에 정착하려는 탈북자의 상당수가 조선족 행세를 하거나 신분을 감춘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탈북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이들의 생활도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탈북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이들 중 일부는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범죄 소식을 들으면 탈북자에 대한 인식만 더욱 나빠지고 덩달아 다른 탈북자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시 북송을 원하는 탈북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정착지원제도의 정비 등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탈북자는 탈북동기, 신원, 위장입국 여부 등을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뒤 지원조사기관인 남녀를 구분하여 각각 하나원에 보내진다. 그리고 12주 동안 경제개념 및 남한사회 적응에 대한 교육을 받고 퇴소 이후에 주민등록, 취직, 임대주택알선 및 정착지원금 지급 등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탈북자지원에 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탈북자에 대한 인식개선이 우선이라고 본다. 정부의 노력과 일반국민의 인식변화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부분이 바로 탈북자에 관한 것이다.

북한 내부문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탈북하다 잡힌 주민을 현장 사살하고 있으며, 국방경비대에서는 ‘체포가 어려울 경우 사살’이라는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집권 후 주민들의 탈출을 봉쇄하는데 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탈북자들 중 일부는 휴전선을 통해 직접 탈북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병이나 엄중한 경계태세, 고압전선, 지뢰 등으로 도중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해서 주로 제3국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들은 이 힘든 과정 속에서도 새로운 삶과 자유에 대한 희망을 갖고 버티는 것인데, 남한의 현주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탈북자 또한 우리의 ‘한 핏줄’이요. ‘한 민족’ 임을 깨닫고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하루빨리 많은 이들이 깨달아야 한다.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과 다른 한국의 경쟁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을 억누르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교감을 갖고 함께해야 한다.

그나마 근래에 들어 몇몇 인지도 있는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출연해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임을 보여주며 인식개선을 꾀하고 있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작은 개선의 움직임들이 이 사회의 큰 파동과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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