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한 교우관계를 형성하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하자
원만한 교우관계를 형성하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하자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2.04.19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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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나라의 내로라 하는 영재들이 모여 있는 KAIST에서 졸업을 앞둔 학생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지난 해에 네 명의 학생이 자살을 했는데도 그 근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 뿐이 아니다. 지난 해에 집단 따돌림을 포함한 지속적인 폭력으로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기억이 생생하기만 한데 현실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었다. 새 학기 초부터 경찰까지 앞장을 서서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강구했지만,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끊기지 않고 있다. 작년에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 등을 세웠지만, 정작 가해 학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이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쯤에서 친구를 괴롭혀서 자살로 몰고 간 학생들을 가해 학생으로 낙인찍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나라 최고의 영재들이 모여 있는 KAIST 학생을 자살로 몰고 간 현실은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지나친 경쟁만을 강요하는 학교 풍토에 적응하지 못해서 죽어가는 동료 학생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은 괜찮으니까 경쟁 시스템은 아무 문제 없다며 학교측을 옹호한 다수의 KAIST 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작년에 중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소식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그것도 네 명이나 죽음으로 몰고 간 KAIST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학교 폭력 문제는 경찰이 개입해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처벌의 강화는 전과자를 양성해서 나중에 더 큰 사회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원인 규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학교 폭력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이고, 최대 가해자는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 넣는 교육시스템은 아닌가 살펴 보아야 한다.

경쟁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양산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소수의 승자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실리적인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는 소수의 천재를 육성하는 것보다 다수의 낙오자를 끌어안는 방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다수의 낙오자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를 방치하다가는 묻지마 살인과 같은 막가파식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사회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경쟁만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봐야 한다. 학교는 경쟁보다는 화합과 조화의 미덕을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 이상 친구를 무한 경쟁의 상대로 만들어가는 학교 교육의 시스템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어울리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맞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다. 원만한 교우관계의 중요성을 체험하며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성을 채워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학교는 경쟁적으로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습득을 강요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낙오한 아이들이 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 모두 경쟁만을 강요하는 교육시스템의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원만한 교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인 경쟁만을 강요하는 교육시스템을 손보지 않고는 그 어떤 대책도 최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확인할 때도 됐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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