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험생, '행복추구' 인생목표를 챙기자
수능 수험생, '행복추구' 인생목표를 챙기자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1.11.10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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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이후 대회에서 심한 슬럼프를 겪는다. 그때 김연아의 나이 겨우 스무 살이었다. 그 실력이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증에 빠져 예전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도 그 후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그때 박태환의 나이는 겨우 열아홉 살에 불과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들이 너무 일찍 많은 돈을 벌어서 나태해졌기 때문이라고 입방아 찧는 일도 벌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왜 두 사람은 기량이 한창 절정일 무렵에 깊은 슬럼프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상승정지증후군’이라고 한다. 인생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던 사람이 목표를 이뤘을 때, 더 이상 올라 갈 데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만나는 심리적인 허탈감, 또는 무력감을 말한다. 또는 이와 반대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예를 들어 대기업의 임원을 목표로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직으로 발령을 받아서 더 이상 진급이 어렵다고 느꼈을 때 만나는 심리적인 상실감도 여기에 속한다. 이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심리적인 공황상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수능이 끝났다. 그동안 대학입시를 목표로 달려온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바로 ‘상승정지증후군’을 경계해야 할 시기이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만 해왔던 학생들이 수능이 끝나자마자 이제 모든 고생이 끝났다고 방심하는 순간 ‘상승정지증후군’이 무섭게 파고 들어 인생을 뒤틀어 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해마다 이런 사례를 많이 목격해왔다. 시험을 마치고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 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탈선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고의 성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통지서를 받아 들고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심한 무력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원한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으로 젊음을 허비하거나, 심지어 그토록 원하던 대학교에 합격을 해놓고 적응을 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이 다 ‘상승정지증후군’을 앓는 중환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니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오로지 수능의 최고점수가, 일류대학만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린 아이들. 마치 일류대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을 성공의 잣대로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풍토를 탓할 수만은 없다. 수능이 막 끝난 지금 이 순간, 누구를 탓하기보다 먼저 우리는 내가 언제라도 ‘상승정지증후군’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현실을 직시한다.

수능은, 대학입시는 인생의 최종목표가 될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거쳐야 할 수많은 단계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히 인생의 최종목표를 챙기는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내 인생의 최종목표가 쉽게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행복추구로 정해보자. 그러면 수능을, 대학입시를 내 인생의 최종목표인 행복추구를 이뤄가는 과정의 일부로 여기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수능 점수가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면 얼른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해 나가면 되고, 수능 점수가 원하는 목표에 미치지 못했으면 얼른 그 자리에서 인생의 최종목표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가면 된다. 세상에는 높은 점수로 좋은 대학교를 졸업했어도 불행한 사람이 많고, 낮은 점수로 대학교 문에 들어서지 못했어도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어떤 삶을 누리길 원하는가?

수능은 끝났다. 이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을 뿐이다. 수능점수에 맞춰 행복과 불행을 따진다면 목표를 이뤄도, 목표를 놓쳐도 ‘상승정지증후군’에 걸려들어 불행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런데 수능점수가 어떻게 나왔더라도 인생의 최종목표인 행복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 이 순간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하는 소중한 선택의 시간으로 다가올 뿐이다.

어떤 삶이 내가 추구하는 삶인지 잠시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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