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여는 독서논술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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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1.11.10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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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풍’, 알았으면 올바로 쓸 줄 알아야 한다

▲ 이인환(논설위원, 독서논술지도사)
“제갈공명처럼 ‘동남풍’을 가지고 도술부리는 것처럼 써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더니 정말 기상천외한 대답도 있었다.

“사기를 쳐야 해요.”

“뻔뻔해야 돼요.”

물론 부정적인 말로 쓴다면 이런 표현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이기기 위해 도술을 부리는 것처럼 ‘동남풍’을 불러 온 것은, 그 당시 수많은 군사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일 수도 있고, 정말 뻔뻔스러운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은 그것을 사기라 부르지 않고 지혜라 부르며 감탄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목적이 확실했고,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가장 적절히 활용했고, 무엇보다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의 입장에서 ‘적벽대전’이라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공익을 창출해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창의적으로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데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요?”

“저는 용기가 없어서….”

“저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데 강의를 하다 보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다. 물론 공부를 하다 보면 이런 경계를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공부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공부는 크게 네 가지 단계로 나눈다. 첫째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도 모르는 단계, 둘째는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가는 단계, 셋째는 알았는데 그것이 잘 안 되는 단계, 넷째는 아는 대로 그냥 해나가는 단계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정도가 되었다면 공부의 셋째 단계에 들어서서 이제 어느 정도 공부가 되어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아는 대로 행할 줄만 알면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친밀도가 있거나 말이 통할 사람 같으면 이런 말을 할 때 어떻게든지 꼭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지만, 대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소신(?)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 말을 꺼냈다가 관계마저 틀어질 수 있어서 웬만한 사람들은 이럴 때 “그렇죠? 저도 그럴 때가 많아요.”라며 의례적인 대꾸를 해주며 넘어갈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친밀도가 형성되었고,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것이 공부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평생 그렇게 살 거예요? 그렇다면 힘들게 알아서 뭐에 쓸 건데요?”

우리는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경계를 만난다면 무엇보다 먼저 ‘아는데 안 되는 게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면서 알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으로, 자신이 못하는 것을 합리화 시키니까 안 되는 거’라고 알아차려야 한다. 알았으면 ‘안 된다’고 할 겨를이 없다. 안 되는 것을 안 만큼 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공부하는 이의 올바른 자세인 것이다.

앞에서 ‘제갈공명의 동남풍’은 제갈공명이 남들보다 먼저 습득한 지식을 슬기롭게 활용해서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창출한 것을 상징한다고 배웠고, 그것을 통해서 ‘나의 동남풍’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나의 동남풍’을 실제로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느냐에 문제가 남았다.

“아는데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요?”

아무리 알았어도 이런 말을 하면서 자신이 실제로 행하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 시킨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알았으면 행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제갈공명처럼 도술을 부리는 것처럼 뻔뻔스럽게 사기를 칠 수 있는 자신감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지식습득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배워서 알았으면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는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지혜인 것이다.

창의적인 독서란 바로 이처럼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결부 시킬 줄 아는 것이다. 설사 <삼국지>를 아무리 많이 읽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그 중의 일부인 ‘적벽대전’에 나타난 제갈공명의 지혜를 구체적인 현실과 결부시켜 살펴본 것처럼 배우지 못한다면, 한번쯤 진지하게 지금까지 해왔던 독서의 효과에 의문을 갖고 이제라도 새롭게 독서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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