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여는 독서논술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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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1.11.04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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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동남풍’,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이인환(논설위원, 독서논술지도사)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활용해서 적벽대전에 승리를 이끈 힘은 물론 남들보다 한발 앞 선 지식 습득으로 천문을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에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지식습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을 활용하는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제갈공명이 보여주고 있다. <삼국지>를 읽은 아이에게 단순지 줄거리 요약만 시킬 것이 아니라 한번쯤 이런 점을 짚어 줄 수 있다면 더욱 효율적인 독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너희들의 ‘동남풍’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동남풍’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 주고 이렇게 물어 보았다.

“저는 그림을 잘 그려요.”

그러자 한 아이가 얼른 이렇게 대답을 했다. 자신의 ‘동남풍’을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그림 그리는 것으로 받아 들인 것이다. 물론 이것도 답에서 크게 벗어난 말은 아니어서 재차 물어 보았다.

“제갈공명은 ‘동남풍’이 부는 것을 미리 알고 마치 도술 부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속여서 사용했기 때문에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잖아. 그러니까 ‘동남풍’이 부는 것을 안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도 알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 거잖아.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동남풍’이라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

“선생님, 되게 어렵네요? 선생님은 그 방법을 아나요?”

그러자 한 아이가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나에게 반문을 했다. 나는 못 알아 들은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되물어 보았다.

“무슨 방법?”

“애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을 가지고, 제갈공명이 도술을 부리는 것처럼 잘 써먹는 방법이요.”

이것은 사실 바로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해야 잘 활용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에서 “이것이 그 정답이다.” 라고 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정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뜸을 들였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내가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그 중에 한 가지 예를 든다면 만약에 내가 대학입학을 앞둔 상황이라면, 나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서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거나, 각종 미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자꾸만 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거야. 그러면 나중에 수시전형으로 대학입시에 지원할 때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럼, 너만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장점을 가지고, 네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제갈공명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술부리는 것처럼 했던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거잖아.”

물론 이런 식으로 이게 답이라고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답을 구해야 한다. 나의 ‘동남풍’은 무엇이고, 그것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이렇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다 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는 가장 적절한 답을 찾게 될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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