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과 시선, 0.5초의 자존심
노출과 시선, 0.5초의 자존심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11.07.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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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문 수 (이천기독문인회 전 회장 )
최근 청계천에서 비키니 차림을 한 여성들의 일광욕하는 장면이 어느 매체에 실렸다. 이를 두고 말이 분분하다. 경망스럽다느니 단순히 문화적 차이 일뿐 문제될 것이 없다느니 하고 말이다. 어느 유학파 여성은 외국의 경우 공원 등과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일광욕하는 풍습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패쇄적이라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보다 더 자유로운 노출 문화가 아쉽다는 말이다. 그런 논쟁들을 볼 때 일종의 노출이 잘 못이냐 보는 눈이 잘 못이냐를 가리려는 말싸움처럼 들린다.

연예인과 다름없는 과감한 노출을 시도한 차림으로 이천 시가지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노출에 대한 이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같은 노출 앞에서도 눈길한번 주지 않고 태연히 스쳐가는 어떤 사람들의 모습이다. 과감한 노출 앞에서 어쩌면 저렇게 눈길한 번 주지 않은 채 무관심하고 태연 할 수 있을까. 허나 알고 보면 그리 놀날 일도 아니다.

인체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어떤 물체나 현상을 보고 판단하고 처리하는데 0.5초면 충분하다고 한다. 즉 반사적으로 무의식간에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그것을 뇌에서 인식하고 정보처리를 하여 신체 반응을 하는데 0.5초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1초면 너무 길다. 충분히 보고 즐기고 나오는데 과학은 1초가 너무 길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독자들이 직접 그것을 실험해 보면 1초가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게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당돌한 노출을 향해 1초 동안 처다 보았다면 0.5초는 기본적인 정보처리 시간으로 친다 해도, 나머지 0.5초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안 보는 것 같아도 남모르는 순간 초고속으로 우리는 볼 것 다 보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감각 중 가장 강한 것이 시각적 감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현대시는 시각적 요소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시각적 감각과 시각적 인식이 가장 강렬하다는 것은 시각적 욕구가 가장 강하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인간은 보는 것에 따라 어떤 중요한 운명을 결정지을 수가 있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타락해 가는 과정에서도 보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 인지라”(창3:6)

인류의 비극적 운명은 한 여인이 선악과라는 나무를 ‘본’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와 같은 시각적 욕구는 인간이 시각적인 것에 약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로 보건데 노출과 시선의 싸움에서 불리한 것은 시선이다. 보게 하려는 ‘노출’과 보지 않으려는 ‘시선’의 싸움에서 시선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노출 앞에서 시선은 피해자라는 말이 된다.

요즈음 버스 안이나 지하철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선글라스 때문에 눈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여성들이 아저씨들에게 선글라스 좀 벗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억울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시선이 언제나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인간의 눈은 매우 정밀하고 민첩해서 시선 바꾸기와 거리조절, 그리고 초점 조절이 자유롭다. 0.1초면 시선 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조리개 풀고 멍때리기를 할 수도 있다. 기분과 심리상태에 따라서 순간순간 시선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도 핑계일 뿐이다. 그래서 예수그리스도께서는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마5:28)것을 책망하셨나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영적인 상태에 따라서 얼마든지 보는 것을 초월하기도 하고 지배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출과 시선의 싸움에서 어느 것이 이길 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어느 것이 단적으로 잘못이다 라고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노출이 극에 달하는 피서철을 즈음하여, 노출과 시선 속에 감취어진 인간의 생물학적, 영적 존재성을 한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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