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향인사 인터뷰… 한국시인협회 이건청 회장 ■
■ 출향인사 인터뷰… 한국시인협회 이건청 회장 ■
  • 박상미
  • 승인 2011.06.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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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감동과 상상력을 통한 공감의 세계”
문화의 뿌리를 이천에, 지역예술인들에게 문화공간 최대한 배려해야…

정서적으로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는 인간이 지닌 감수성과 상상력, 직관과 영감의 세계를 표현해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맺어진 박목월 시인과의 인연으로 문학정신을 계승받아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해 밝은 눈으로 상식과 안일에 가려진 것을 노래하고 맑은 귀로 순정한 생명을 노래하며, 사물의 현상을 찾아내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시를 전파하고 있는 한국시인협회 이건청 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과 문학에 대한 뿌리깊은 이해를 위해 가지고 있는 사회적·문화적 능력을 나누고 있는 이건청 회장과의 일문일답.

▶ 문단 등단 계기
유년시절 설성·율면에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곳은 은빛 시냇물과 은모래, 갈대가 어우러진 아름답기 그지없는 들판이었습니다. 내가 시를 쓸 수 있는 정서의 원천은 그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6. 25 이후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옮겨가 살았습니다만, 시적인 정서와 상상력은 이천에서 쌓은 유년 체험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중·고교 때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문학 소년이었고요,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 한국시인협회의 역할과 연간사업에 대해
한국시인협회는 1957년에 창설된 가장 오랜 전통과 권위를 지닌 단체입니다. 한국시인협회의 37대 회장의 중책을 맡으면서 ‘사람에게 유용한 가치를 주는 시인협회’를 모토로 좋은 시를 전파하는 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연속 기획 ‘길 위의 시인들’은 시인들이 직접 생활 속으로 찾아가 같은 눈높이에서 시를 전달하는 행사입니다. 시인들이 단상에서 읽고 관객은 박수나 치는 식의 만남을 지양하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시인협회 공식 트위터(thekoreapoet)를 통해 매일 좋은 시 2편씩을 올리고 있습니다.  

▶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그리고 시인으로서 살아오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의미’의 세계라기보다는 감동과 상상력을 통한 공감의 세계를 넓혀가는 데 있습니다. 삶의 진정성을 토대로 ‘밝은 눈’과 ‘맑은 귀’를 지닐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눈’과 ‘귀’로 일상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순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시인의 일이지요. 의미의 세계에 갇혀 꼼짝 못하고 사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발견하고 어떤 고정관념도 다 털어버린 절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행복했다면 행복했을 수 있었겠지요.
▶ 세상을 살면서 때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려운 순간에 봉착했을 때 극복하셨던 방법과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요. 어느 과학자가 비유해서 말하기를 우주의 크기를 지구로 비교했을 때 지구의 크기는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원자 하나의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절망의 현실일지라도 그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 현상 너머를 바라보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후배 문학도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참된 문학은 ‘피나는 고투의 결과’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요즘 숱하게 많은 잡지들이 등장하고 있고, 그 잡지들이 문인 배출을 한다고 나서고들 있습니다.
좋은 시를 이루는 말들은 아주 정교하고도 엄정한 ‘시인의식’ 위에서만 발견되게 마련입니다. 좋은 시를 많이 찾아 읽기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시를 한 30분쯤은 되짚어가며 읽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향후 계획과 꿈꾸고 계시는 미래는?
지금 살고 있는 마장면 양촌리의 모가헌에 오랜 동안 꿈을 심고 있습니다. 모가헌에 살면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와 대화를 나누는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삶, 새로움을 발견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줍니다. 그래서 내가 태어난 곳, 이천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요즘엔 한국시인협회 회장의 중책을 맡게 되어 손수 운전으로 서울을 오르내리며 분주하게 지냅니다만, 임기를 끝내면고 나면 이제 달리 맡고 있는 사회적인 직책들도 훌 훌 털어 버리고 좀 더 자연에 친근해지는 삶을 살아볼 작정입니다.
내 나이도 이제 칠순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번잡스런 세상사를 떠나  가급적 깊은 침잠과 소외 속으로 찾아들어 가면서 시를 기다려볼 생각입니다. 한국시문학사에 얼마쯤은 영양을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시들을 위해 정진해볼 계획입니다.
▶ 이천 문화발전을 위한 조언과 함께 이천 시민들께 한 말씀
이천 지역 문화와 시정 담당자들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흥, 인제 같은 소도시가 문학 특구로 크게 부각되면서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고양시키고 있습니다. 축제 때 대중가수를 초빙하는데 들어가는 돈도 상당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지역 문화진흥을 위해 배정되는 예산은 그 몇 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문화를 위한 투자와 함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자유로운 문화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천아트홀의 경우 1200석의 대공연장과 446석의 소공연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보다 더 작은 70석∼100석 정도의 소공연장이 필요합니다. 소공연장의 경우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 지역 예술인들이 발표회와 간담회 등 자기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발전하는 도시 위상에 걸 맞는 본격적 문학 담론이 이천에도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만연해 있는 아마츄얼리즘을 과감히 떨치고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이 바로 서도록 해야 할 것이며, 하얗게 밤을 새우며 최적의 언어를 찾는 외로운 영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영혼들만이 좋은 문학 작품을 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건청 한국시인협회장은
1942년 경기도 이천 출생, 한양대 국문과 및 단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건청 회장은 시집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석탄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 ‘하이에나’, ‘코뿔소를 찾아서’, ‘망초꽃 하나’,  ‘목마른 자는 잠들고’, ‘이건청 시집’시선집 ‘움직이는 산’, ‘해지는 날의 짐승에게’외 다수를 발표했으며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고산윤선도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녹원 문학상, 2007년 최우수 예술가상(문학부문)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 명예교수이자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고있다.

김숙자 발행인 / 손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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