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경찰청 기동단 제 2기동대 순경
집회시위 현장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깃발, 플래카드, 확성기소리를떠올릴 것이다. 집회·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자유권으로서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적을 관철하고자 공동의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다. 하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의하지 않는 집회·시위는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정당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호평과 칭찬을 받고, 현장 경찰관들과 이를 본 국민들의 인정을 받는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 올해 9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가 개최됐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기 위해 49재를 이틀 앞두고 전국에서 교사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이번 집회는 7번째 대규모 집회였다고 하는데,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측 추산 10만 명)으로 많은 인원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 참가한 교사들은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 공원 방향까지 8개 차로를 가득 메웠고, 공원 주변 도로는 물론 국회에서 1km 떨어진 5호선 여의도역까지 교사 행렬이 이어졌는데도 깔끔하게 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일 드론 촬영 항공 사진을 보면 이들이 앉은 자리는 마치 바둑판을 연상시키듯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맞춘 모습으로 보였다.
또한 이날의 집회는 신고된 시간도 정확하게 준수하였다. 신고된 시간을 지키지 않고 집회를 지속할 경우 교통통제 문제로 경찰관과의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날 집회에서는 자발적인 해산으로 정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져 이러한 염려가 사라졌다. 집회 운영진이 사후 정리를 돕기는 했으나 참여한 개인이 주변을 정리하여 집회의 뒷정리 또한 깔끔했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당시 현장에 투입되었다고 밝힌 경찰관은 “모든 집회·시위가 이번 교사들이 개최한 모범적인 집회처럼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깔끔 그자체”, “대한민국 집회·시위 문화가 전부 이랬으면 경찰관 기동대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직장인들은 “해산하고 가면서 경찰들한테 고생한다고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더라. 괜히 찡했다” 등의 반응도 보였고, 특히 “교사분들이 좋은 선례를 남겨주길 응원한다.”며 수많은 칭찬 글들이 쏟아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집회·시위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회나 시위라는 단어만 들어도 피로감이 생기고 무언가를 응원하는 공감의 마음보다는 피해를 입는다는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어 부정적인 시각들이 도드라진다.
그 이유는 집회·시위의 목적이 참가자들의 주장을 알리고 관철하기 위해 주변의 이목을 끌고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법(폭언, 각종 소음 등)들이 동원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다양한 목적의 집회·시위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뉴스나 기사에 자주 등장하지만 유독 교사들의 추모 집회가 모두의 칭찬과 공감, 존경을 받는 까닭은 무엇인지 이 시점에서 다른 집회·시위와 비교하여 어떤 점에서 다른지 한 번 더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앞으로의 기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