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어느 팔십 노인의 영상 편지 I 석당 윤석구
[시의 향기] 어느 팔십 노인의 영상 편지 I 석당 윤석구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05.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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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팔십 노인의 영상 편지

- 짧은 만남 긴 행복 -
 

석당 윤석구 시인
석당 윤석구 시인

삶으로 나이테를 섬세하게 새겨 놓은 듯한 무늬의 고운 의상 속에서
깊은 산 옹달샘에 떨어지는 새벽이슬 같은
신선한 물방울 소리에 내 영혼이 뒤흔들렸습니다
강릉 청솔실버 낭송회원들이 들려주는 황홀한 시낭송이었습니다
노심이 아름답게 가꿔지면 그것이 바로 동심이구나 하는 소리였습니다
강릉시 영상미디어 센터 4층 상영관의 아늑한 공간에선
때론 수줍어 떨리는 듯하지만 리듬을 다시 다듬고
홍조를 띤듯하지만 엷은 미소로 기초화장을 하는 듯
한때 문학소녀들의 속삭임에 끌리듯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하뭇 먼 시간으로 강릉여고 교정 은행나무 아래에서
오빠 누나 하는 환각과 환청이 순간 돌풍처럼 불었습니다
노인의 추억은 새로 만들지 못하고 늘 회상하는 줄만 알았는데
어디까지나 고정관념이었다고 각성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백세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워주고
등대의 불빛 같은 방향을 알려주는
청솔낭송회 회원님들의 모습은 참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동해의 푸른 물빛 해변가 솔밭길
손수 정성껏 만든 간식인 한방차의 향기와 귀여운 방울토마토
그리고 아기 볼 같은 딸기 맛도 모양도 새로운 감동을 주었습니다
노인시 ‘늙어 가는 길’을 통해 인터넷으로 우연히 알게 된
강릉 청솔낭송회원과의 만남, 그 약속은 시의 바다였습니다
만남을 위하여 전날 숙소로 가며 설렘이 시상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큰일 났다/바다가/좋아/경포대로 가고 있는데/가슴이 먼저 파도처럼 뛰고/난리다
//아, 이 설렘 누가 알아줄 사람도 없고/그럴 나이도 아닌데/ 참 야단이다.”
‘경포대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다음 날 만날 때 고백하듯 풀어놓으며
이거 주책 아닐까 했던 기우가 환호와 박수로 한방에 날려 주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4시간이었는데
마음으로 담아 온 시간은 계산할 수 없는 긴 행복입니다
청솔회원님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앞으로도 회상만 하는 노인의 추억이 아니라
항상 새롭게 펼쳐가는 백세시대 건강한 노인의 추억을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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