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배병준 회장을 만난 이야기│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설봉칼럼] 배병준 회장을 만난 이야기│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04.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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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사업가·북한구호활동가 배병준 회장을 만난 이야기
 

부길만출판역사연구회장前 동원대학교 교수문화재위원 역임
부길만
출판역사연구회장
前 동원대학교 교수
문화재위원 역임

오늘은 재미교포 사업가이며 북한구호활동가인 배병준 회장을 만난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그와의 인연은 미국 교포 지인으로부터 좋은 원고가 있으니 출판을 주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데에서 시작한다. 그 원고는 배 회장의 자서전인데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배 회장은 1937년 북한 회령에서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해방 후 공산주의가 득세하는 북한에서 살 수 없어 1950년 겨울 강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6주 동안 걸어서 전 가족이 부산으로 피난 간다. 이후 이주민 가족으로서 지독한 궁핍을 경험한다. 

어린 배병준도 먹고살기 위해 길거리에서 미군을 상대로 행상에 나선다. 고생 끝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미국 유학을 떠난다. 미국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취업하여 고속 승진한 후 사업을 시작한다. 미국에서도 이민자로서 숱한 시련과 어려움이 닥치지만, 이 모든 것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고, 커다란 기업을 일군다.

사업이 번창해 나가던 1997년 어느 날, 미국 언론은 북한 어린이 10만 명이 굶어 죽는다는 뉴스를 내보낸다. 이 보도를 접하고 곧바로 고향을 찾아간 배 회장은 고향 주민들을 살려내기 위한 활동에 돌입한다. 북한에 빵과 같은 구호 식량을 보내는 것은 물론, 고향에 빵공장을 지어주고 농작물 개량사업을 추진하여, 쌀 수확량이 5배로 늘어나는 성과를 맺게 한다. 나아가 고아가 된 아사자 자녀들을 위하여 고아원을 설립하고 학교를 세우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본인이 쓴 시나리오로 북한에서 영화 <산 너머 마을>을 제작했는데, 이 영화가 하와이와 시카고 등의 영화제에서 우수 영화에 선정된다. 

자서전에는 이러한 저자의 일대기가 소설처럼 전개된다. 자서전 발간한 직후인 지난 3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뜻깊은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출판기념회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동진기업 송석환 회장 등 저자의 경기고 동기와 후배들을 비롯하여 50여 지인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필자도 축사 순서를 맡았는데,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배병준 회장의 면모 또는 특성은 다음 네 가지이다.

배병준 회장

첫째, 궁핍했던 소년이 미국 이민자가 되어,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CEO에 선정될 정도로 커다란 기업을 일군 성공 스토리이다. 6·25전쟁 시기 부산 피난지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팔던 14세 소년이 최고 기업가가 된 스토리는 대한민국의 발전사와 같은 맥락이다. 식민지, 분단, 전쟁을 겪은 1950년대 최빈국에서 21세기에 세계 경제력 8위권 국가로 발전한 스토리가 개인적으로는 배 회장의 성공 스토리와 같지 않은가. 

둘째, 어머니와 아내를 한없이 사랑한 이야기이다. 그의 강인한 성품과 신앙은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다. 또한 그는 아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북한 어린이를 돕겠다는 약속, 그리고 고향에 학교를 세우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그래서 자서전 제목도 <약속>이다. 사랑하는 부인이 중병에 걸리자 그 커다란 사업까지 처분하고 5년 넘게 병간호에 매달린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셋째, 굶주리는 북한의 고향 주민 돕기에서 더 나아가 농작물 개량을 통해서 북한식량 자급 문제까지 해결하고자 했던 통일운동 실천가이다. 1997년부터 북한을 돕기 시작해 20년 동안 북한에 50번 이상을 다녀왔다. 식량, 의복, 의약품 등을 보내고 폭우로 북한에 피해가 크다는 뉴스를 들으면 수해 복구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통일 메시지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대립의 틀 속에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현장 속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설득력이 있고 감동을 주고 있다.

넷째, 시나리오를 쓰고 이것을 영화로 만들어낸 예술가이다. 그것도 낙후된 북한 땅에서. 그가 만든 영화 <산 너머 마을>은 6.25전쟁 당시 남한 군인과 북한 간호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미국교포와 북한 정부의 최초 합작 영화이다. 

배병준 회장 저서, <약속>

이러한 내용들이 배 회장의 저서 <약속>에 잘 나와 있다. 

저자는 통일의 메시지를 대한민국 국민, 특히 20대 30대 청년들에게 심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책을 펴내고 멀리 미국에서 조국을 찾아온 것이다. 그의 삶과 메시지를 책이나 인터뷰, 유튜브를 통해서 직접 접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동을 받고 있다. 

잠시 귀국했던 지난 3월 <시와 문화>, <출판저널> 등의 잡지 및 <국민일보>, <한국기독신문> 등과 인터뷰했고, <정윤희의 책문화TV>와 <쿠키건강TV>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저자의 통일 메시지가 널리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일각에서 북한과의 국지전을 염려할 정도로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기독교 사랑의 정신으로 북한을 지원했던 사업가의 저서 <약속>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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