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칼럼] 고령화사회 불행인가 행복인가│박형규 소장
[설봉칼럼] 고령화사회 불행인가 행복인가│박형규 소장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01.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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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 불행인가 행복인가

박형규한국후견복지지방자치연구소장前 경기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
박형규
한국후견복지지방자치연구소장
前 경기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

2023년은 1차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가 65세가 되는 해다. 우리 사회에서 65세는 큰 의미가 있다. 고령자 관련 기준이 되는 나이가 65세이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노인이 월 32만 원인 기초연금을 비롯해 지하철 무료 승차, 독감 접종비 면제, 비과세 저축, 임플란트 할인 등 경로우대 자격이 생기는 것도 65세부터다. 크고 작은 복지가 워낙 많아서, 인터넷에는 ‘65세 이상 어르신 혜택 50가지’라는 정리글까지 있다.

58년 개띠가 65+클럽에 입성하면서 ‘1000만 노인 시대’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통계청 추정으론 우리나라는 2024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한다. 전체 인구의 19.4%다. 이후에도 노인 수는 계속 늘어 2070년엔 인구 전체의 46.4%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는 현재의 세대가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에 따라서 후손들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본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당장 우리에게 닥칠 위기로 몇 가지 문제점이 예상된다.

첫째, 사회복지비용이 매우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은 지금도 만년 적자이지만, 국민 1천만 ‘지공선사(지하철공짜노인)’ 때문에 적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지하철 일반 요금 인상은 신년부터 요금을 인상할 계획에 있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 지하철 요금을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난해 12월 기자 회견을 한 바 있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은 시행 초기인 2014년만 해도 7조 원 정도였지만 2023년엔 20조 원에 육박한다. 2021년 10조원, 2022년 12조 원이 지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26년 적립금 고갈이 예상되고, 2040년엔 23조 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둘째, ‘간병퇴직’ 쓰나미가 몰려온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노인돌봄인력 만성 부족에 시달릴 운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노인돌봄인력을 2040년까지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필자는 96세 노모를 간병하며 코로나로 보호자의 병원출입이 용이치 않아 간병인을 둔 적이 있었다. 10일 정도의 간병이었음에도 병원비보다 간병비를 더 많이 지출하게 되는 현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간병인을 찾지 못해 가족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퇴직’은 어린이 아동 돌봄 못지 않게 벌써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퇴사한 여성은 1년 전보다 29% 늘었다고 한다.

셋째, 일하는 고령층 노인이 늘어난다. 생산과 소비의 주축인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노인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느 나라보다 고령사회가 빨리 온 일본에서는 노인 숫자가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다. 2021년 65세 이상 취업자는 909만 명이었고, 65세~ 69세 취업률은 50.3%나 됐다.

향후 더 큰 문제는 58년 개띠가 75세가 되는 2033년에 한국의 고령화 충격은 더블로 커진다. 병든 노인들이 늘어나 사회복지 비용이 급증하게 되는데 2차 베이비부머 세대(68년생~74년생)가 계속하여 노인집단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많은 참고사례가 되는 일본의 경우 ‘유령 고령자’ 문제가 일파만파이다. 가족도 행방을 모르는 노인들, 주민등록에는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가족들도 행방을 모르는 100세 이상 유령 고령자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일본사회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수 천국' 브랜드는 이미 무너졌다. 

'복지 대국'의 그늘도 확인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령 고령자 가운데 가족들이 노령연금을 계속 수령하기 위해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반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십 년 전 행방불명 됐는데도 찾아보지도 않은 아들, 연락한 지 50년 됐다는 딸, 이런 사례들이 여러 건 확인됐다. 

통계 시스템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본적지의 호적에는 사망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주소지의 주민등록에는 살아 있는 것으로 기록돼 꼬박꼬박 연금이 지급된 경우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이유를 모른다. 수십 년 전 행방불명된 사실을 당국이 알고서도 주민등록은 그대로 두고 있는 경우도 여러 건이었다. 이런 행불자들이 100세, 110세 장수자로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사생활에 대한 과잉보호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과거 사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담당 공무원들이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노인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한마디에 손을 놓아버렸다는 점이다. 더 파고들었다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돼 처벌받을까 두려워서라는 게 공무원들의 얘기다.

이런데도 정부는 전체 실태조사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령자가 너무 많아서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고령화선진국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의해 고령자 '증발' 사례가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나가노(長野)시에 등록된 110세 남성은 30년 넘게 거주불명 상태라고 아사히(朝日) 신문이 보도했다. 동거인으로 기재된 아들은 "30년도 더 전에 이즈(伊豆)로 갔다. 일이 생기면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지바(千葉)현에 등록된 103세 여성은 1960년대 말 이후로 가출 상태다. 70대 장남은 "2005년 한 번 만난 이후로 소식을 모른다"고 했다.

홋카이도(北海道) 이와미자와시에 사는 100세 여성은 1978년 가족과 함께 전입한 것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가족과는 60년 이상 별거 상태였다. 이 여성의 손자(51)는 "할머니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가서 아오모리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13년쯤 전에 소식을 알아보려 했지만, 그때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고령자 행불사태는 일본 사회의 가족해체 양상이 어디까지 가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족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노인이 방치되고 '증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러한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교훈 삼아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자

출산율 증대나 외부 인구유입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지하철 무임 노인연령을 점차로 70세로 상향조정하고, 그 대신 정년연장, 노인일자리 창출, 출산율의 획기적  증대, 외국인 유입 등 문호를 대거 개방하여야 한다.

고령사회가 진행될수록 소득 격차와 불평등, 사회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과거 성장시대 공급주의보다. 인구축소 시대 등에 대비해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노인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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