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중근 일대기 영화 ‘영웅’ 감상평│박경서 공인노무사(한국인사노무법인 대표)
[기고] 안중근 일대기 영화 ‘영웅’ 감상평│박경서 공인노무사(한국인사노무법인 대표)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3.01.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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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공인노무사
한국인사노무법인 대표

얼마 전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뮤지컬 영화로 만든 ‘영웅’을 보았다. 안중근 의사가 독립전쟁에 투신한 이후부터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하던 때까지를 그린 뮤지컬 영화이다. 정성화, 김고은, 조우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출중한 노래실력으로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감동적으로 자극했다.

영웅 안중근은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 높은 학식과 양심과 진리에 따르는 그 열정과 행동은 참으로 이순신에 견줄 정도라 생각된다. 이런 훌륭한 선비들이 삼천리 강토에 널려져 있던 이 위대한 강토는 왜구들의 나라 일본에게 유린되었다. 왜 그렇게 당해야만 했을까? 그 하찮은 왜구들의 후손에게 처절하게 말이다.

이성계의 조선이란 나라는 건국 때부터 부정하게 세워진 나라였다. 선양의 형식이라지만, 왕을 내쫓은 정도를 넘어 왕실 자체를 바꾸고 고려왕실의 일족을 모두 제거했다. 정몽주를 비롯해 두문동 선비들 같은 나라를 구할 위대한 인재들까지 말이다. 

이런 패륜과 반역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성계가 선택한 것은 나라를 명나라에 바치고 제후국이 되어 명나라의 권위로 백성들을 억압하는 것이었다. 이성계 일족은 백성들을 억압하는 순서로 우선 사병을 혁파하여 그 누구도 스스로를 지킬 수 없게 만든 후, 국민을 노예에 준하는 수준으로 자유를 박탈하였다. 

세종은 노비종모법을 실시하여 노예숫자를 크게 늘리도록 하여 조선 중기에는 국민의 절반 정도가 노비가 되도록 만들었다. 노비는 사람이 아니라 할 수 있고, 평민들도 억압의 정도에서는 노비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때는 평민들이 이러한 억압을 피하고자 스스로 노비가 되고자 할 정도였다. 양반들도 어명 하나면 죽어나가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계유정난, 갑자사화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화로 떼죽음을 당했다.

조선이란 나라는 한마디로 자유가 철저하게 유린된 나라였다. 북한은 조선이란 국호를 부활하며, 이러한 봉건적 질서를 그대로 부활시켜 오늘날 우리에게 조선이 어떤 나라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조선 500년은 우리민족을 머리빗 하나도 쉽게 살 수 없는 미개한 사회로 만들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이러한 미개성에 눈을 뜬 선각자들은 개화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외국의 문물을 배우기에 힘썼다. 고종에게 상소된 박영효 선생의 건백서는 지금 우리 실정에 적용해도 좋을 정도의 너무나 훌륭한 개화사상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고종의 이씨 왕실은 쇄국정책과 척화비로 그 싹을 부러뜨렸다. 

명성황후는 사치와 굿판으로 국고를 거덜 내었고, 명성황후의 민 씨 일가는 매관매직과 부정부패로 국력을 고갈시켰다. 이러한 고종의 무능과 명성황후의 어리석음 위에 일본제국은 우리의 국정을 농단하고 마침내는 한일합방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성계가 명나라에 나라를 팔았듯이 그 후손 고종은 일본에 나라를 팔았다. 위대한 선비이자 군인인 안중근의 고통은 이러한 틈새에 끼인 지식인의 고통이었다. 그런데 안중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영웅’은 이러한 대한제국을 지키려는 안중근의 처절한 신념과 노력을 부각한다.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는 명성황후 민자영에게 충성을 다하는 궁녀로 그려진다. ‘영웅’에서 주인공인 안중근과 설희는 대한제국과 그 안주인 민자영을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희생하며 한 번뿐인 인생을 처절하게 마무리한다. 

만약 ‘영웅’을 제작한 사람들의 바람처럼, 그리고 울분을 느끼는 관객들의 바람처럼, 대한제국이 부활하고 명성황후 민자영이 살아서 권력을 누렸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영화 ‘영웅’을 통해서는, 만든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의식에서 지혜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관객에게 울분을 일으켜 바보로 만드는 효과 외에 사회에 무슨 이바지가 있을까? 대원군의 쇄국정책처럼 지금에 와서도 반일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싶은 것일까? 영화 ‘영웅’은 배우들의 명연기와 혼신의 노력이 너무나 아까운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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