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축시]
좌와 우의 불빛으로
양 광 모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는데
검사원이 좌측 헤드라이트 전구가 끊어졌다 말한다
이따금 그런 차들을 본 적이 있다
한쪽 불만 밝히고 맹렬한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외눈박이 차들
그런 차를 볼 때면 혀를 끌끌 차곤 하였다
세상에! 한 쪽 헤드라이트가 나간 줄도 모르고 운전을 하다니……
삶이란 그런 식이다.
내 차에 불이 꺼진 것은 모르면서
누군가 한쪽 불에 의지해 달려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어쩌면 그 또한 나를 안타까워했을 사람을
때로는 냉소에 가까운 비웃음을 보내며
여기까지 달려왔을 것이다
그러니 이쯤에서 물어야 한다
내 삶의 좌측 헤드라이트는 무사한가
내 영혼의 좌측 헤드라이트는 아직도 불 밝히고 있는가
아니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좌와 우의 불빛으로 올곧이 이 어둠의 시대를 지나가리라

양광모 시인 프로필
경희대 국문과 졸업. 소소하지만 근원적인 삶의 정서를 일상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양하영, 허만성, 이연학 등 여러 가수들에 의해 그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를 포함해 모두 스무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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