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래로 되새겨보는 푸른 5월의 날들│박수진 시인, (사)한국동요문화협회 공동대표
[칼럼] 노래로 되새겨보는 푸른 5월의 날들│박수진 시인, (사)한국동요문화협회 공동대표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2.05.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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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시인 (사)한국동요문화협회 공동대표
박수진
시인 
(사)한국동요문화협회 공동대표

연중 가장 생기 넘치고 활동하기 좋은 초록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기억하고 기려야 할 날도 많아 곳곳에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마음속에 그 의미를 새기는 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노래이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가사 내용이 그에 어울리는 멜로디와 결합해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국가기념일을 비롯해 뜻깊은 날의 노래를 제정할 때는 당대 최고의 문인과 작곡가가 동원되었다. 동원이란 표현이 좀 어색할지 모르지만 주로 해방 공간에서 국가나 단체로부터 위촉을 받아 곡이 탄생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를테면 ‘기미년 3월 1일 정오/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 만세’로 시작하는 <3.1절 노래>는 1946년 당시 문교부 장관 안호상의 의뢰로 명문인 순국선열추념문을 쓴 한학자요 역사가이며 시조 시인인 정인보 작사 박태현 작곡으로 만들어졌다. 이 노래는 그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후손들이 불러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의 <광복절 노래> 역시 정인보 작사에 공모를 통해 <보리밭>, <나뭇잎배>를 작곡한 윤용하의 곡이 선정되었다. 그런가 하면 한글날 노래는 광복 후 문교부 편수국장을 맡아 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작사에 <태극기>, <산바람 강바람>을 작곡한 박태현 작곡이며, 개천절 노래 또한 정인보 작사에 <동심초>, <봄이 오면>을 작곡한 김성태가 곡을 붙였다. 

이 노래들은 교과서에 실려 행사 당일 뿐 아니라 애국가처럼 전 국민의 노래로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 1924년에 발표된 윤극영의 <설날>이나 졸업식장에서 숱한 눈물을 흘리게 만든 윤석중 작사 정순철 작곡의 <졸업식 노래>도 시절이 돌아올 때마다 널리 불렸던 정감있는 노래이다.

이제‘5월 노래’로 들어가 보자. 먼저 <어린이날 노래>이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이 노래는 동요계의 두 거장인 윤석중과 윤극영의 합작품이다. 1948년부터 불리기 시작해 어린이들에게 널리 애창되며 5월의 대표적인 노래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5월이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동요이다. 아동문학가 윤석중과 동요 작곡가 윤극영은 <나란히 나란히> <기찻길옆> <고기잡이> 등 국민동요를 만들어 낸 단짝 동요인이었다. 특히 2022년 올해는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선언이라는 평가를 받는 어린이날을 선포한 지 100주년을 맞는 해여서 이 노래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이고 어린이들이 행복한 ‘어린이날’에 이어 찾아오는 날이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원래는 어머니날로 시작해 어버이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어머니 사랑에 대한 노래는 일찍이 고려가요에도 전해오는데 제목부터가 <사모곡>이다. 현대어로 써 보면, ‘호미도 날이 있지만 낫 같이 들지 않아요. 아버지도 어버이시지만 어머니 같이 사랑할 이 없어라’인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호미와 낫의 예민함에 빗댄 비유가 일품인 작품이다. 요즘 ‘어버이날’에 많이 부르는 노래는 ‘높고 높은 하늘이라~’로 시작하는 <어머님 은혜>와 <어머니의 마음>이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로 시작하는 <어머님 은혜>는 윤춘병 작사에 <눈꽃송이> 작곡가 박재훈 작곡이며, 위 노래 <어머니의 마음>은 양주동 작사에 <섬집 아기> 작곡가 이흥렬 작곡의 노래인데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부르면 가슴이 메어지는 노래이다. 하느님이 모든 곳에 존재하지 못해 세상에 어머니를 내셨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노래이다, 이 노래에는 동요나 가곡, 대중가요 등 장르의 구분이 필요치 않으며 3세대를 넘어 4세대, 아니 생명을 넘어 생명으로 이어질 영원성을 지닌 ‘사모곡’이다.

5월의 한가운데 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우리에게는 예부터 군사부일체라 하여 스승을 부모와 같이 우러러보는 미덕이 있었다. 부모가 생명을 주신 분이라면 스승은 인격적 완성을 길러주시는 제2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스승을 찾아 가슴에 감사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가르침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스승의 은혜>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동요 <꼬마 눈사람>을 쓴 강소천 작사에 <꽃밭에서> 작곡가 권길상 작곡의 이 노래 역시 가슴 따뜻해지는 감사 보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지난 시대 최고의 문인과 작곡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창작품인 노래들은 하나하나가 빛나는 보석들이다. 이 노래를 듣고 부르며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며 살아왔다고 믿는다. 

내일의 희망인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버이와 스승의 은혜를 기억하고 보답하려는 자세보다 더 아름답고 거룩한 마음이 있을까? 오월이 있어 고맙고 노래가 있어 더욱 의미롭다. 가정과 주변을 돌아보며 감사하고 갚아야 할 일이 많은 아름다운 계절 신록의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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