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옷이 없다면(無衣)│최해필 前 육군항공사령부 사령관
[칼럼] 옷이 없다면(無衣)│최해필 前 육군항공사령부 사령관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2.03.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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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필 전 항작사 사령관
최해필 前 육군항공사령부 사령관

“어찌 옷이 없다 하오
(何曰 無衣)
당신과 두루마기를 함께 입겠소
(與子 同袍)
왕께서 군사를 일으키신다면
(王于 興師)
나의 짧은 창 긴 창 닦아
(修我 戈矛)
당신과 원수를 함께 치리이다
(與子 同仇)”


한마디로 말하여 사사로움이 없다고 말한 공자가 엮은 시경(詩經) 진풍(秦 風)에 나오는 시의 한 구절이다.

당신과 두루마기를 함께 입겠다고 하는 것은 한뜻으로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하겠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같은 옷을 함께 입을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과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나보다 힘이 센 사람이어야 할까? 아니면 나보다 권력이 많아야 하거나 나보다 돈이 많아야 하거나 나보다 집이 많아야 하거나 나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면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나와 함께 지나간 세월 동안 수많은 난관과 시련을 같이 극복해 오면서 풍찬노숙(風餐露宿)을 같이하고,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쌓인 흔히 말하듯 문경지우(刎頸之友) 관계이면 가능한 일일까?

개인 간의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과 업무 관계로 명함을 교환할 때마다 처음엔 호의로 시작한다. 그 사람과의 사귐의 세월이 경과 함에 따라 서로 간에 오가는 대화와 함께하는 일을 통하여 쌓여 지는 믿음의 정도에 따라 천인 천색이요 백인 백색으로 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정도가 제각각이다. 하루 종일 골프를 함께해도 좋은 멋쟁이가 있는가 하면 차 한잔을 함께 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울 사람도 있다. 그러할 진데 하물며 ‘두루마기를 함께 입어도 좋을’ 사람이거나 ‘생사고락을 함께 할’ 사람이라면 서로 간에 어떤 관계를 가진 사람이라야 가능할 것인가?

개인 간의 관계는 호불호에 따라 절연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호불호를 떠나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결코 버릴 수가 없는 것은 나의 나라, 우리의 조국, 우리 대한민국이다.

우리 자신의 뼈를 묻고 자손 대대로 그 안에서 살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그곳에 기대어 온 생을 다 바쳐 함께 행복을 쌓아 올릴 우리나라를 맡아서 수많은 국민들의 생사고락을 책임을 지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지도력에 따라 온 국민이 생사고락을 함께하려고 ‘각자의 긴 창 짧은 창을 닦아서 함께 원수를 치러 나가야 할 온 국민들이 우리와 생사고락을 같이할 지도자를 뽑는 것’이 이번 대선이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는지의 여부는 모른다고 해도 지나온 세월 동안 그가 살아온 세월 속의 자취를 보고 그 사람은 정말 그럴 수가 있겠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었어야 한다. 그러나 설령 그런 확고한 믿음이 가지 못 한다고 해도 최악을 피하고 가장 많은 가능성에 우리는 도전할 수밖에 없다.

반만년 세월 동안 우리가 어디 한두 번 실망을 해왔던가 말이다. 우리 국민들이 모두 현명한 판단으로 주권 행사를 잘하고 그 결과 좋은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적어도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사람의 직에 뽑힌 사람은 그 순간부터는 멸사봉공의 각오를 다지고 온 국민이 함께 두루마기를 입고 좋은 일에 함께 즐기는 일이야 쉬운 일이겠지만 어려운 일에도 국민 총화를 이룰 사람이어야 한다.

반만년 동안 900여 회의 외침을 견디어 온 순박한 우리 민족이 언제나 외세의 위협이 다가올 때마다 지도자들은 무기력했으나 힘없는 백성들이 일제 치하의 삼일 만세운동이나 임진왜란 등 어려운 국난에도 들고 일어났던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래하고 춤추는 일을 잘도 나서고 싶다면 어렵고 힘든 일에도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외세에 많이 시달려왔으나 남의 나라를 쳐들어갔던 적은 없었던 순한 국민들이다. 공부도 많이 한 현명한 사람들이니 이제는 복도 좀 받아야 할 때도 됐다. 

지도자가 된 사람은 국민들과 두루마기를 함께 입을(與子 同袍) 수 있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말을 마음에 새겨 두기를 바란다.

“백성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냇물을 틀어막는 것처럼 위험하고(防民之口 甚於防川)
양쪽 말을 다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편 말만 들으면 어리석게 된다(兼聽則明 偏信則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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