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여야당 후보들은 사력을 다해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고 온 국민들의 관심도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후보들 간 어느 정도 우열이 드러나는 게 종래 선거의 양상이었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 투표를 10여 일 앞둔 지금까지 여야 후보 간에 뚜렷한 우세를 보이지 않고 박빙의 판세를 보이는 것이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수많은 여론 조사에서도 여야 어느 쪽도 뚜렷한 우세를 보이지 않는 접전을 벌이면서 엎치락 뒤치락 경쟁을 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양측 진영의 이념과 정파성이 뚜렷해지면서 닥치고 결집 현상이 나타나 양강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갈등상태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선거운동은 더욱더 가열되고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혼탁한 과열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물과 정책은 실종되고 상대방의 흠집 내기, 후보 부인이나 가족들의 약점 폭로 등 부적절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선거운동의 중심이 되어버려 국민들은 물론 해외 언론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이런 선거의 끝에는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국민들의 깨끗한 승복을 얻기 어렵거나 앞으로 국론 분열이 심화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세대 간 반목과 분열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노년층은 야당 지지로, 40~50대 중 장년층은 여당 지지로 그 성향이 뚜렷이 나뉘어져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강력하게 결집해 서로 상대방의 논리에는 등을 돌리고 자신들의 주장에만 몰입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우리나라의 과거 정치 사회적 발전 과정이 왜곡된 탓이 크다. 해방 이후 나라가 서고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 세력은 실용적인 시각에서 건국과 경제발전을 추진해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지만, 점차 부의 독점과 권력의 독재화 과정이 나타나 반감을 사게 되었다. 이 세력의 중심이 오늘날 60대 이상 세대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참지 못하여 반독재 투쟁에 나서고,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을 분배와 복지로 돌리려 한 세력이 86세대라고 일컫는 오늘날의 50대 진보층이고 이들을 보고 배우며 응원하는 세대가 40대인 것이다. 이들은 민주화와 사회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공감을 얻고 정치적인 중심세력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 권력의 독점화와 내로남불 시비에 휘말리면서 그 입지가 위축되어 왔다. 이들은 몇 차례의 정권 교체과정을 거치면서 반목과 갈등을 키워왔고. 그 결과 오늘날의 극단적인 분열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는 서로 자신들의 이념과 정파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전체적인 객관적인 시각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편이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지지하고 투쟁에 나서는 맹목적인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전체적인 국면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힘이 있어도 약자의 입장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논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강압적인 권력을 구사하는 일방적인 정치 행태를 보여주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위기의 상황에서 나라의 정치를 이끌어 가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행히 기성세대의 시각에 물들지 않은 MZ 세대가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등장해 앞으로 나라의 통합에 중심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은 1990~2000년대 출생의 20~30대 젊은 세대로 기존의 정치 사회적 이념과 이해관계에 무관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판단한다. 우리 사회에 판치는 학력과 금력 등의 불공정에 분노하고, 무턱대고 돈을 풀어주는 정치적인 선심에도 등을 돌린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반도체등 최첨단 기술을 장착하고 세계 시장에서 놀랄만한 신기술 스타트업을 탄생시키며, K로 상징되는 노래와 드라마 영화 스포츠 등 각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금 같은 대전환 시대에 국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MZ 세대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도는 또 다른 이야기인 듯하다. 2021년 유엔 세계행복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인 행복도는 세계 160개국 중 고작 50위에 지나지 않았고, 국회 미래연구소에서 조사한 한국인 행복감도 10점 만점 중 6.5점으로 전해의 6.83보다 유의미적으로 낮아졌다는 발표다. 코로나로 고생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와 심화되는 빈부의 격차 등 잘못된 정치의 탓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어차피 미래의 정치를 책임지게 될 MZ 세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해 나라의 중심을 잡고 국격을 높이며 위기의 전환 시대에 국민 통합과 차원 높은 사회 발전을 이루는데 앞장서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우병동 전)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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