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뜸이란 무엇인가 │ 김태수 前 정통침뜸교육원 교수
[특별기고] 뜸이란 무엇인가 │ 김태수 前 정통침뜸교육원 교수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1.11.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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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 前 정통침뜸교육원 교수

옛날부터 ‘만성병은 뜸으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건강한 사람도 몇 군데 경혈에 뜸을 뜨면 피로를 덜 느끼고 온갖 질병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뜸은 세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여 몸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웬만큼 과로를 해도 피곤을 덜 느끼고 금방 회복된다.

혈액에 대한 뜸의 작용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다. 뜸을 뜨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기타 모든 혈액 성분에 영향을 주어 몸을 정상 상태로 만들어 준다.

또한 뜸은 체질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 알러지 체질이 정상화되고 우울증,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사람이 좋아지며 불면에 시달리던 사람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변비나 변당(묽은변) 등이 정상화되어 생리 기능도 원활해진다. 즉, 건강의 요체인 쾌면·쾌변· 쾌식이라는 ‘3쾌’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침뜸의학에서는 우리의 몸을 소우주로 본다. 우리 몸은 크게 보면 음양으로 되어 있다. 어머니인 음과 아버지인 양이 합해져 나의 몸을 만든다. 음양은 우리의 몸 안으로 들어와 다시 수만 갈래의 음과 양으로 나누어지는데, 음양의 균형이 무너지면 병이 생기게 된다.

오장육부 중에 어떤 것이 불균형 상태인지를 찾아 거기에 해당하는 경락의 경혈에 침이나 뜸을 함으로써 틀어진 균형을 바로 잡는다. 그렇게 전설처럼 회자되는 비방이 있는 것처럼 침뜸술이 인식되어 있기도 하지만, 인간이 원초적으로 갖고 태어난 ‘자연치유력’을 깨어나게 하는 보조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이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은 나름대로 자기의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 원칙에서 우리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뜸이란?

뜸이란 쑥을 살갗 위에 올려놓고 직접 태워 온도 약 60~70도의 화상을 입혀 경혈을 자극하고, 살갗이 타면서 생기는 이형 단백체(이로운 고름)를 만들어 그것이 인체 내에서 작용하여 병을 치료하는 원리다. 그러면 왜 쑥인가? 쑥이 갖고 있는 약리적 효능을 이용하는 게 아니고, 쑥으로 뜸을 하게 되면 우리 몸이 견딜만한 적당한 열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간혹 뜸은 뜨거울수록 효과가 비례한다고 잘못 알고 고통을 감내하면서 크게 뜨는 사람도 있다. 그건 고문이지 치료가 아니다. 그런 뜸 치료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매일 여러 군데 뜸을 뜨기엔 어렵다. 쌀 반알 크기로 반미립대 혹은 쌀 알 크기의 미립대 정도가 좋다.

■뜸의 장점

첫째, 어떤 치료로도 안 되던 만성 고질병이 뜸으로 나을 수 있다. 뜸치료 환자의 대부분은 온갖 치료를 다 해 보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뜸치료를 받게 된다. 석 달 열흘이면 웬만한 병은 물리칠 수 있다. 즉, 100일 정도 뜸을 하면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해주던 사람도 예상하지 못했던 치험 사례를 보게 된다.

둘째, 뜸자리만 정해 주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가족끼리 해 줄 수 있고 편리한 시간에 하면 되므로 병원에 가는 번거로움을 덜어 줄 수 있다.

셋째, 부작용이 전혀 없다. 약, 주사, 침 기타 다른 치료요법은 더러 부작용이 생기지만 뜸은 부작용이 없다. 설사 뜸을 크게 떠서 고름이 생기더라도 절대 덧나는 일이 없다. 그 고름은 일반 상처나 화상으로 생기는 나쁜 고름과는 그 성분이 다른 이로운 고름이기 때문이다.

넷째, 뜸은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쑥과 불을 붙이는 향만 있으면 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만원도 채 안 되는 금액으로 쑥과 향을 이용해 1년 이상 뜸을 뜰 수 있다.

이런 좋은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간의 약점은 있다. 우선 뜸을 하는 동안 살갗이 타면서 딱지가 생기는데 이런 딱지는 며칠 내 저절로 없어진다. 딱지가 없어진 자리에 남아 있는 가벼운 흉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뜸을 2~3 개월 안 하게 되면 그 흔적이 사라진다. 다음 약점은 오랫동안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자의 뜸 구(灸)는 오랠 구(久)와 불 화(火)로 만들어진 글자다.

■뜸의 임상 효과

①진통작용: 신경통, 류머티즘, 두통, 위통 기타 모든 통증에 놀라운 진통 효과를 보인다. 특히 급성일 경우엔 단 1회의 뜸치료로 통증이 완화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②신경의 진정 또는 항진 작용: 기능 저하로 마비된 신경을 살아나게 하거나 흥분 또는 과민해져서 생긴 통증이나 경련을 진정시킬 수 있다.

③혈행 촉진: 혈행 장애로 생기는 염증, 종창 등을 치료할 수 있다. 혈행이 불순하면 몸 어딘가에 고장이 생기는데, 뜸을 하면 충혈되어 있는 곳은 흩어 주고 부족한 곳은 혈이 모이게 한다. 또한 뜸은 제 2의 혈액이라고 하는 임파의 흐름도 촉진시킨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있는 임파절은 몸에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는 곳인데 뜸을 뜨면 이 임파절도 활성화된다.

④모든 분비선의 기능 조절: 어떤 분비선이 비정상적일 때 뜸은 그 분비의 과부족을 정상화한다. 위의 소화액이 부족해서 만성 위장병인 사람은 뜸을 함으로써 소화액 분비가 촉진되어 소화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반대로 위산과다인 경우는 그 분비를 억제한다. 침샘이나 담즙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신, 고환, 난소, 갑상선, 췌장 등의 내분비선도 정상화한다.

⑤혈압에 미치는 영향: 고혈압은 내리고 저혈압은 올려 그 수치를 정상화시킨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정상화는 서양의학에서 정의하는 120/80이 아니다. 사람은 각기 다른 혈압 수치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본태성 고혈압일 경우 140이 넘어도 건강하게 지날 수 있다. 각자 나름대로의 혈압 수치를 갖고 정상인지 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⑥혈액 성분의 변화: 식균 작용을 하는 백혈구의 수를 조절하고 적혈구의 수를 20% 이상 증가되며 혈소판의 수도 증가해 지혈 효과도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또한 육류 과다 섭취로 산성화 된 혈성을 중성 내지는 약알칼리 성분으로 변화시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⑦뜸의 특수 작용: 특정 경혈에 뜸을 뜨면 바로 특정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치질에는 백회와 공최에 뜸을 뜨면 낫는다. 난산 때문에 힘든 임산부는 지음에 뜨면 출산이 쉬워진다. 위경련일 때 중완과 거궐에 뜸을 뜨면 금방 통증이 멎는다. 상한 음식으로 배가 아플 때는 이내정, 감기로 기관이나 인후가 부어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 때는 태계 등 이렇게 특정혈을 이용해서 그 증상을 제거할 수 있다.

⑧뜸의 부차적 효과: 뜸을 뜨고 난 뒤 전신권태, 열감, 두중(머리가 무거움), 트림 등이 생길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설사, 식욕 부진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명현반응’으로 내 몸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1~2일 지나면 사라지고 오히려 소위 약발이 먹히는 토대가 되는 것으로 조금 쉬었다가 뜸을 뜨면 그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침뜸요법과 서양의술의 차이점

침뜸은 자연치료술이고 서양의술은 인공치료술이다. 침뜸요법은 인간 본래의 자연치유력을 복원시켜 자기 몸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하지만, 서양의술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몸의 건강한 다른 부분에 희생이 생겨도 병을 치료한다.

또 침뜸은 몸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서양의술은 세포라는 기본 단위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침뜸요법은 몸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장부의 상호 연관성 속에서 병의 원인과 그 치료 방법을 찾는다. 서양의술은 세포, 기관, 조직을 보고 장부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서 치료방법을 찾는다.

침뜸요법이 열린 의술이고 민중 의술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우선은 음양오행에 기본 개념을 이해해야 하며 침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습득해야 한다. 기경 팔맥이니 십이 정경이니 하는 경락이론이라든가 360 여개의 혈에 대한 경혈론까지 일반 대중들이 접근하기엔 쉽지 않다.

그래서 구당 김남수 선생께서 오랜 임상 경험과 음양오행의 이론 체계를 토대로 누구나 뜸을 뜰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같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무극보양뜸’을 고안하여 뜸의 대중화를 기하게 되었다.

■무극보양뜸

무극보양뜸은 8개 혈자리, 남자의 경우엔 12개 뜸자리, 여자의 경우엔 13개 뜸자리에 반미립대의 마른 쑥으로 매일 한차례 3~5장씩 뜸을 뜨는 것이다. 전문의료술인 침뜸 치료를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민중 의술로 돌려놓은 획기적인 뜸요법인 것이다. 무극보양뜸은 모든 만성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뜸요법이다. 따라서 병을 치료하거나 예방의 목적에서도 무극보양뜸은 어느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무흔구와 유흔구

뜸은 크게 무흔구와 유흔구로 나눌 수 있다. 무흔구는 피부에 열감만 주는 간접구로 소위 담배꽁초처럼 생긴 뜸이나 된장, 소금, 마늘, 생강 등을 피부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쑥을 태워 피부에 열감을 주는 것으로 격물구라고도 한다. 그러나 무흔구는 유흔구보다 치료 효과가 덜하다.

원래 뜸의 효과는 단순한 경혈 자극이 아니라 피부에 가벼운 화상을 입혀 이로운 고름(이형 단백체)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의 오사와 박사는 히스도도기신의 혈청흡수이행이라고 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무흔구는 이 단백체 이론을 모르고 단지 물리적 자극만으로도 병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렇게 유 무흔구는 그 치료 기전이 전혀 다른 치료술이다.

■무극보양뜸자리 잡기

①폐유, 고황: 폐와 관련된 병일 경우 병증의 반응이 폐유혈과 중부혈에 나타난다. 급성일 때는 폐유 혈에 강하게 나타나고 만성일 때는 중부혈에 그 반응이 강하게 나타난다. 고황의 ‘고’는 고치기 어려운 불치의 병을 뜻하고 ‘황’은 명치끝을 의미하니 고황은 심장과 횡격막 사이의 급하고 고질화 된 병을 의미하므로 이 혈은 모든 낫기 어려운 고질병의 치료 포인트가 된다. 고서에 의하면 고황 뜸 500장이면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했다.

②백회: 이 혈은 모든 양경이 만나는 자리로 열이나 혈압이나 기가 머리로 치받아 오를 때 이 혈을 사혈하면 이런 증상들이 진정된다고 했으며, 미주알(항문)이 아래로 처지거나 자궁하수 일 때 가라앉아 있는 기를 위로 끌어올려 준다고 했다. 큰 스님들이나 마음 수련이 잘 된 사람은 이 혈이 위로 볼록 솟아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 정신이 흐릿해질 때 백회에 뜸을 뜨면 젊은이 못지않는 초롱초롱 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다. 이 혈은 일명 ‘서울대 뜸자리’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수험생들의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으며 건망증이나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다.

③곡지: 이 혈은 기의 역상을 막아 고혈압을 조절해 준다. 다른 이름으로 귀신, 귀거라 부르기도 해 정신안정에 도움을 준다. 부엌일 많이 하는 주부들이나 단순 손작업을 주로 하는 근로자들의 팔꿈치 통증, 테니스 엘보 등을 치료할 때 아픈 쪽 곡지에 침으로 50번 정도 찔렀다 뺏다 하거나 가장 아픈 부위에 다장의 뜸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④중완, 기해와 관원, 중극과 수도
중완은 위의 중심으로 모든 소화기 병의 필수혈이다. 옛날 침인 대침으로 중완에 대한 침 시술은 위험하고 어려운 시술이었다. 이 혈 아래에는 여러 장기들이 있고 특히 간이 부었을 때 잘못하면 복막염 등의 위험이 있음으로 조심해야 한다. 침은 다소간의 위험 이 따르지만 뜸은 안전하게 뜰 수 있다.

기해는 원기의 바다라는 뜻이니 원기의 상태가 가장 잘 나타나는 혈자리다. 원기가 실 하면 치료가 용이하고 원기가 부족하면 치료가 늦어진다. 이 부위를 예로부터 ‘단전’이 라 하였는데 ‘단’이란 붉다는 뜻이고 붉은색은 오행으로 보면 심장을 의미한다. 심장은 정신 중에서 ‘신(神)’을 간직한 장기로 ‘단전’이란 신을 일구어 내는 밭이란 뜻이다.

참고로 우리 몸에는 상, 중, 하의 단전이 있는데 상단전은 이마에 있고 중단전은 양 유두 사이에 있는 ‘전중’이며 하단전은 ‘기해’라고도 하고 ‘관원’이라고도 하는데 ‘관원’ 쪽이 더 우세하다.

중극의 ‘중’은 가운데를 의미하고 ‘극’은 극진함을 뜻하니 몸 가운데 병을 치료하는 극 진한 혈이라는 뜻이다. 방광에 이상이 생기면 이 혈 부근에서 반응이 나타나며 요실금이나 전립선 관련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수도는 물길이 통하는 혈로 신과 방광이 인체의 물길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변 불리의 모든 병과 여성들의 하복부에 속하는 모든 병의 치료에 쓰인다.

⑤족삼리
족삼리는 위로 치받는 화(火)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다. 침이나 뜸 치료 후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 때 이 혈로 진정시킬 수 있으며 혈압, 두통, 코막힘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장수혈로서도 유명한 혈자리로 일본의 ‘만평’이라는 집안에서는 이 혈에 꾸준히 뜸을 떠 3대에 걸쳐 6명이 120세까지 장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먼길을 떠나거나 장시간의 등산 전후 이 혈에 다장의 뜸을 뜨면 걸음걸이가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나 이 혈은 위산 촉진 기능이 있기 때문에 위산과다로 인한 위염, 위궤양 환자는 피해야 하고 기를 끌어내리는 기운이 강한 혈자리라 임산부도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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