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동서고금 책문화의 보물창고 : 완주군 삼례책마을
칼럼│동서고금 책문화의 보물창고 : 완주군 삼례책마을
  • 이천설봉신문
  • 승인 2021.11.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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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길 만 출판역사연구회장
지난 10월 30일 동국대 언론대학원 학생들의 책문화 견학팀에 합류하여 전북을 다녀왔다. 학생들에게 출판 역사를 설명해 주라는 담당 교수의 요청에 따라 완주군과 정읍시의 박물관을 함께 탐방한 것이다.

 완주군에는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다. 이 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조하여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번에 이 예술촌의 대표격인 삼례책마을[이사장 박대헌]을 견학차 가게 된 것이다.
 삼례책마을 입구에 가니 책박물관이 보이고 그 앞에 깃발이 펄럭인다. 삼례책마을 안내책자의 표지 슬로건도 인상적이다. “삼례는 책이다.” 이 책마을을 조성한 완주군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책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니, 우선 세계 각국 문자가 들어 있는 다양한 고대 유물들이 눈길을 끈다. 3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콥트어 파피루스 롤과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고, 신하가 왕에게 공물을 바치는 그림과 설형문자를 곁들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대형 점토판도 있다. 그 외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살았던 바탁족의 고대 문자와 기호 및 뱀 그림 등이 새겨진 물소 뼈[골각문자], 아메리카 인디언이 버팔로를 사냥하는 모습을 암석에 그림문자로 표현한 주술석 등이 있다.

 근대의 유물로는 1863년에 만들어진 태국 경전 필사본, 1902년 미국인 부부가 결혼 25주년을 맞아 전통적인 영문 서체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한 은혼 기념 기록물, 1914년 미국 로얄타자기 회사에서 제작한 러시아어 타자기 등이 있다.

 특기할 유물은 조선 왕[헌종과 고종]이 내렸던 척사윤음이다. 이 척사운음은 임금이 백성들에게 천주교를 물리칠 것을 훈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이다. 척사윤음은 1801, 1839, 1866, 1881년 등 모두 네 번에 걸쳐 반포됐는데, 1839년 윤음과 1881년 윤음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역사와 함께 19세기 국어의 모습을 알게 해준다.

 이곳의 책박물관은 1999년 강원도 영월군 서면에서 개관한 영월책박물관에서 시작되었는데, 2013년 완주로 이전하여 본격적인 기획전시를 진행해왔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2013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한국 북디자인 100년’ 기획전, 2014년 ‘전라도 길 황토길-시인 한하운을 기리며’ 기획전, 2015년 ‘굳세어라, 금순아-한국전쟁 보도사진 100선’, 2016년 ‘랜돌프 칼데콧’ 기획전, 2017년 ‘꼬마 그림책 거장’ 기획전, 2018년 ‘정병규-책박물관 디자인 17년’ 전시가 이루어진 바 있다.

 올해의 기획 전시로는 <프랑스와 예술의 혁명전>이 제1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말까지 계속되는 이 기획전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초현실주의 탄생과 사랑의 폭주’라는 주제를 걸고, 시 <미라보 다리>로 잘 알려진 시인 아폴리네르와 그의 연인인 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과 친필 편지 등이 소개된다. 또한,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20세기 초 프랑스 화단과 문단에서 교류하던 화가와 문인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파블로 피카소와 브라크, 모리스 드 블라맹코, 앙드레 드랭, 라울 뒤피, 에드몬드 마리 플랭 등의 그림과 판화, 조각 작품, 친필 원고, 편지, 출판물 등 180점의 유물도 소개된다.

 전시의 맨 처음에는 <아폴리네르 초상>이 보이는데, 프랑스 변호사이자 화가인 에드몬드 마리 플랭의 작품이다. 플랭은 1911년 아폴리네르가 <모나리자> 도난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체포되자, 아폴리네르의 무죄를 변호해주었다. 2년 후 절도범이 체포되면서 아폴리네르의 혐의는 풀렸다.

 제2부는 나폴레옹과 <조선 서해안 항해기>를 주제로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샤를 드 스테방이 그린 유화 ‘나폴레옹의 임종’, 바실 홀의 <조선 서해안 항해기>(1818), 홀의 친필 편지, 나폴레옹 관련 자료 등 28점이 소개된다.

 제3부는 근대 프랑스 화가들의 반란을 주제로 안토니 반 다이크, 프랑수와 부셰, 폴 세잔 등 근대 프랑스 유명 화가의 유화 작품 19점이 소개된다.

 우리 일행은 제1전시관의 기획전시까지 보고 나니 출출해져 앞 건물에 있는 뷔페식당으로 향했다. 이 식당은 고령자 친화 기업으로 어르신들이 재배한 재료로 신선하게 요리한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삼례책마을에는 앞에서 소개한 두 곳 외에도 그림책미술관, 음악자료실, 고서점 호산방, 책마을 카페, 북 갤러리 등이 있다. 고서점 호산방에는 소중한 책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이번 기획전시 작품은 물론이고 삼례책마을의 모든 자료와 서적, 명화 등은 박대헌 이사장이 전국 방방곡곡과 세계 각국을 구석구석 다니며 구입한 소장품들이다. 삼례책마을을 방문하여 다양한 유물과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우리 일행은 삼례를 떠나 정읍으로 향했다. 정읍 박물관과 태인의 방각본 전시관탐방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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